맨발로 산길 걷다가 묵은 선문에 답하다
비가 한 두 방울 내리는가 싶더니 습기만 잔뜩 머금은 채 날씨가 찌푸리다. 출근은 했으나 한 이틀 연속 주님(?)을 모셨더니 속도 찌푸둥하고 전날 설친 잠으로 머리도 개운치 못하다. 사무실이 와룡산 기슭 끝자락이라 잠깐 산책이나 하자고 나선다.
약간 경사 길로 접어들자, 미끄러워 신고 갔던 슬리퍼와 양말을 길옆 돌 위에 벗어놓고 맨발로 오른다. 많이 아플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발이 즐거워하는 것 같다. 작고 큰 돌, 길 위로 돌출된 나무뿌리, 흙이며 잔디 풀 등을 밟을 때의 느낌이 다 다르다. 글로 표현하기는 힘들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 아무 산이나 가셔서 직접 경험해 보시기를 추천한다.
사무실 가까이 오자 모내기를 위해 써레질을 마친 논들이 보인다. 경지정리를 하지 않은 천수답이다. 논두렁은 꾸불꾸불 하지만 논바닥은 평평하다.
“왜 물은 위에서 아래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가?”
숙제라며 답은 각자가 알아보라며, 예전에 어느 스님이 하신 말씀이다.
물이 아래로 흐르는 까닭은 아래가 낮고 깊기 때문이라는 후배의 말도 떠오른다. 오늘 그 숙제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까닭은 우리에게 수평을 맞추라고, 조화롭고 균형적인 삶을 살라는 물의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스님! 숙제 검사 받으러 가도 될까요?
'예끼! 이놈! 아직 멀었다.'
긴~가 민~가 합니다.
여러분들도 숙제한번 해보시죠?
고맙습니다.
긴가민가 시민기자
kangddole@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