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은 짧을수록 좋다 했거늘.." 청중은 듣고만 있기 지겹다!

각종 행사에 의전을 간소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특히 축사나 인사말을 너무 길게 함으로써 참석자들로부터 눈총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5월9일 열렸던 제16회 사천시민의날 행사 장면.
“의전은 필요하지만 적을수록 좋고 연설을 해야 한다면 짧을수록 좋다.”

사천시가 주관하는 여러 행사에서 의전이 불필요하게 길다는 점을 지적하며 민주노동당 최용석 시의원이 지난해 제144회 사천시의회 2차본회의 5분자유발언에서 의전간소화를 주장한 대목이다.

그리고 이런 지적에 무소속의 이삼수 시의원도 적극 동의했다. 제145회 사천시의회에서 시정질의를 통해 의전간소화를 위한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 의원은 연말에 있었던 제148회 임시회에서도 이 같은 요구를 다시 한 번 하며, “새해에는 관련 규칙이나 규정을 만들어 실천할 것”을 시 집행부에 건의했다.

의전을 간소화 하자는 주장은 앞선 두 시의원이 아니더라도 사천시의회와 시 집행부에서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실제로 올해부터 시가 주관하는 행사에서 의전이 조금은 간결해진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이런 의전간소화 의지가 규칙이나 규정 제정으로 결실을 맺지 못했다는 것은 아쉽다.

11일 열린 제14회 박재삼문학제 개회식에 나란히 선 강기갑 국회의원과 이방호 지방분권촉진위원장.
보통 의전을 간소화 한다고 하면, 내빈소개와 인사말 또는 축사를 함에 있어 그 대상을 최소화함으로써 여기에 할애하는 시간을 줄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사실 행사 주최 측이 할 수 있는 것도 여기까지다.

문제는 주최 측이 이런 의지를 가졌더라도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손님이 이를 망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말을 바꾸면, 축하 인사말이 너무 길어서 참석자들을 질리게 하거나 심지어 불쾌감을 주기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인데, 인사말을 자주하는 인사라면 곱씹어볼 일이다.

이런 ‘개념 없는’ 인사가 ‘축사’라는 이름으로 혼자 긴 시간을 써 버리면, 일정한 시간계획을 세워놓고 행사를 진행해야 하는 주최 측이 먼저 난감해진다. ‘빨리 얼굴도장 찍고 다음 행사장으로 옮겨야지’ 하는 마음으로 참석했던 다른 인사들도 그저 속이 탈뿐이다.

이런 상황이 큰 낭패로 돌아오기는 일반 참석자들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정치적 수사, 때로는 사탕발림, 때로는 지나친 자기주장에 가까운 말들을 왜 이런 자리에서 내가 듣고 있어야 하나’ 이런 불쾌감이 치밀기도 한다. 또는 그저 ‘시간이 아깝다’며 분통을 터뜨릴 이도 있겠다.

일반 참석자라 해서 남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길게 듣고싶은 사람은 별로 없다.
이런 비난을 듣는 이는 대체로 정치인들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정치철학을 대중에게 직접 쏟아낼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보면 그리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또 물론 그들의 이야기가 모두 한심스런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정치인들이 깊이 새겨야 할 것은 ‘오늘 이 자리가 왜 만들어졌나’ ‘여기 모인 사람들은 무얼 기대하고 있나’ 하는 것들이다.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만 축사든 정치연설이든 이를 듣는 이들과 호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첫머리에 언급한 인용문처럼, “연설은 짧을수록 좋다”는 것이다.

제14회 박재삼문학제 행사 일환으로 박재삼 시인 흉상 제막식을 갖고 있는 지역 정치인들. 이날 행사의 주인공들이라 할 문학인들은 맨 끝자락 차지였다.
지난 주말, 삼천포 노산공원에서는 제14회 박재삼문학제가 열렸다. 사천 출신의 큰 시인의 업적을 기리면서, 이 시대 문학인들이 함께한 시간에 축사를 남긴 지역 정치인이 유난히 많았다고 들었다. 행사 주최 측이 무슨 속사정에 그렇게 배려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축사를 하는 내빈이 9명이나 됨에도, 어떤 초청인사는 이번에도 홀로 긴 시간 열변을 토했다고 한다. 이를 배려심이 없다고 해야 하나 눈치가 없다고 해야 하나? 굳이 실명을 거론하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라 여긴다.

저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세상이다. 또 보통의 시민들도 자기주장을 펼침에 있어 주저함이 예전보다 덜하다. 반대로 정치인이라 해서 특별히 발언권을 길게 주고, 또 그 연설을 일방적으로 들어야 하는 상황을, 일반 시민들은 이제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정치에 뜻을 둔 사람들이라면 더욱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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