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성준과 책] '황토'/조정래 지음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을 통해 왜곡된 민족사에서 개인이 처한 한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활동을 펼쳐온 작가 조정래.

그가 1974년에 발표한 중편 『황토』가 37년 만에 장편소설로 재탄생했다. 형식과 내용 면에서 장편으로 써야 할 이야기를 시대적인 상황 때문에 중편으로 발표했는데, 200여 매에 이르는 내용을 새롭게 추가하고 문장을 다듬어 장편으로 전면 개작했다. 일제 말기부터 해방 전후,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치며 아버지가 각기 다른 세 자식을 키울 수밖에 없었던 한 여인의 굴곡진 인생을 담았다.

이 소설은 외세와 이념에 짓밟혔던 한국 현대사의 자화상이자, 시대의 비극과 모순을 온몸으로 견뎌낸 사람들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비극적인 역사의 고통을 오롯이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소시민들의 역사를 그려내며, 주인공의 삶에 투영된 모순과 부조리를 통해 우리 근현대사의 문제들을 보여준다.

작가는 식민시대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내부의 문제들을 통렬히 꼬집고, 해방 후 상황에 대한 냉철한 현실 인식도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여전히 그러한 문제들이 거듭되고 있는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이 기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원고료를 지급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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