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영 측이 마을에 협조 구한 것 감안.. 형사고발 않겠다”
"한 달에 최소 3000톤 사용.. 지금은 지하수 달린다"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재단이 10년 가까이 농업용수를 부당하게 빼 썼음에도 사천시는 형사고발은 물론 무단점용료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24일 사천시 건설과 한재천 과장은 “순영재단이 위법한 사실은 맞지만 완전히 무단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형사고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순영 측이 마을이장에게 협조를 구했고, 전기요금까지 내고 있었음을 그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순영 측이 이용한 사천시 축동면 가산리 120-3번지에 설치된 지하관정시설에는 축동면장을 정 관리자로, 용수마을이장을 부관리자로 밝혀 놓았다. 그렇다면 부 관리자인 용수마을이장에게는 농업용수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할 권한이 있는 걸까?

▲ 순영재단이 10년 간 사천시 승인없이 농업용수를 빼간 지하관정에는 부 관리자로 용수마을이장이 등록돼 있다. 사천시는 "용수마을이장에게 협조를 구했다"고 주장하는 순영 측 주장을 받아들여 "위법이긴 하지만 무단사용은 아니다"라는 애매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형사고발도 무단점용료 징수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사천시 관련 부서에서는 한 결 같이 “그럴 권한이 없다”고 답하고 있다. 농업생산기반시설인 지하관정은 사천시장에게 최종 관리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농어촌정비법에서도 “용수를 본래 목적 외의 목적에 사용하려 하거나 타인(他人)에게 사용하게 할 때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고,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는 최대 5년의 징역형과 무단점용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재천 과장은 순영 측이 부 관리자인 용수마을이장과 협의를 해서 물을 썼기 때문에 형사고발 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는 셈이다.

이는 순영재단 측 입장과 흡사하다. 순영재단 김진태 행정실장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우리가 사용했던 관정의 부 관리자가 용수마을이장이다. 따라서 시에 승인을 안 받은 것은 맞지만 무단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참고로 지하관정 관리자이자 용수마을 이장 A씨는 이번 문제가 불거진 지난주까지만 해도 순영재단에서 경비업무를 보던 직원이었다.

▲ 순영재단과 농업용지하관정은 1킬로미터 이상 떨어졌다. 최용석 의원은 사천시가 순영 측을 고발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이 사천시를 직무유기로 고발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천시가 순영 측에 법적 책임을 묻지 않을 뿐 아니라 무단점용료도 받지 않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천시의회 최용석 의원(산업건설위원장)은 “상식 밖의 처사”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최 의원은 “농민들이 사용해야 할 물을 10년이나 병원에서 무단으로 썼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은 직무유기다. 만약 시가 고발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이 나서서 병원은 물론 사천시까지 고발하는 사태가 생길 것이다”라며 사천시에 경고했다.

사천시의 행정조치에 상관없이 순영 측이 사용해온 농업용지하수가 최근 그 수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농사용 물로도 모자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순영재단에서 오랫동안 시설 관련 업무를 봤다는 B씨에 따르면, 예전에는 하루에 200㎥의 물이 나왔는데 지금은 3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재단 관리자도 이와 비슷한 설명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지하수를 많이 끌어 썼지만 최근에는 그 양이 크게 줄어 이전만큼 사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그 이유에 관해 “10년 정도 사용하다보니 시설이 낡아서 그런 것으로 짐작한다”고 진단했다.

▲ 순영재단은 천수답에 꼭 필요한 농업용지하수를 사진의 오른쪽 도로를 따라 병원으로 끌어갔다. 그러나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에는 지하수가 달린다고 한다.
그러나 B씨에 따르면 다른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지하수의 오랜 사용으로 지하수량이 크게 줄어들었을 가능성이다. B씨는 “물이 예전보다 적게 나오자 지난해 새 모터로 교체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물 나오는 양이 비슷한 것으로 봐선 지하수위가 많이 내려갔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이런 추측이 사실일 경우, 천수답 농사를 지어야 하는 인근 농민들로선 조만간 물 부족 사태를 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 상황이 이러함에도 사천시는 그동안 순영 측이 농업용수를 얼마나 사용했는지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이는 “무단점용료를 징수하지 않겠다”는 입장표명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순영재단에서 시설업무를 봤다는 B씨에 따르면, 수량이 크게 줄어든 최근 이전에는 하루에 100~200㎥의 물을 사용했다고 한다. 여기서 1일 사용량을 100㎥로만 보더라도 한 달이면 3000㎥에 이른다. 이는 지금의 수돗물값으로 440만 원에 해당한다. 이를 지난 10년 치로 환산했을 경우 그 규모는 어마어마해진다.

그럼에도 사천시가 순영재단 측에 ‘무단점용료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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