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을 꿈꾸며> 아들이 던진 한마디에 '충격 먹다'

▲ 농장 관리사의 방충망에 붙어있는 대벌레.

<건강한 삶을 꿈꾸며> 이 글은 최근 귀농한 오영환 님이 그의 고민과 경험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기 위해 올리는 것입니다. 귀농을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편집자-

지난 8월 14일 일요일 저녁, 모처럼 가족들과 외식을 하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들이 “아빠, 나도 닭 키울래요” 라고 말했습니다. 뜬금없는 아들의 말에 집사람과 딸은 물론 저 또한 몹시 놀랐고 한편으로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제 아들은 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TV보기, 야구하기, 공차기, 그냥 싸돌아다니기, 빈둥거리기, 컴퓨터 게임하기 등을 공부보다 몇 백 배 좋아합니다.

▲ 2기 닭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달구지기로 살기 시작하면서 혹 아들도 이 일을 좋아한다면 같이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지만 실제로, 그리고 서로 준비가 되지 않은 너무 빠른 시간에 이 이야기를 듣게 되니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잠시 막막해졌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냐"고 물었더니 "공부하기가 어렵고 싫다"고 하더군요.

나보다 더 흥분한 집사람을 진정시키고 내일 당장 저와 같이 하루 동안 달구지기의 삶을 체험해 본 후 아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이야기를 해 보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8월 15일은 미사에 꼭 참례해야 하는 날이기에 낮 시간에 참석을 할 수 없는 아들과 저는 오전 6시 30분에 봉헌되는 미사를 참례하는 것으로부터 달구지기 체험은 시작되었습니다.

▲ 2기들의 출현에 경계를 하는 1기 닭들.

8시쯤 농장 ‘생명의 땅’에 도착하여 먼저 달구들의 32개 모이통을 청소하는 것을 시작으로 모이주기, 음수로 청소, 간식으로 줄 풀을 베어와 썰어서 주기, 200개에 가까운 달걀 주워내기 그리고 달걀 닦기, 달걀 포장하기를 숨 돌릴 틈 없이 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오후에 약속된 배달을 제 시간에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잠시 틈을 내어 아들에게 아침식사로 깨진 달걀 두 개로 구이를 해 주었는데 아들의 뒷이야기로는 꿀맛이었다고 하더군요.

12시경 점심을 먹고 잠시 쉰 후 진주시내로 배달을 갔습니다. 40여 회원 집집마다 포장한 달걀을 배달해야합니다. 또 쉴 틈 없이 움직였습니다.

▲ 회원들에게 배달하기 위해 포장을 끝낸 달걀.

몇 집의 배달을 남겨뒀을 때 아들이 말했습니다.

"아빠, 공부가 더 쉬운 것 같아요. 앞으로 열심히 공부할게요. 달라진 모습을 보여 드릴게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캄캄한 터널에서 벗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며 긴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지나간 일이건, 지금 맞닿은 일이건, 앞으로 다가올 알 수 없는 일이건, 자식의 문제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는 저를 봅니다.

아직 어린 아들은 ‘주인’으로서가 아닌 ‘객’으로서, 몇 번 해본 달걀 줍기에 대한 즐거움과 맛있는 달걀을 매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이 달구지기 생활의 전부로 생각하였나 봅니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공부가 왜 필요한지, 아들의 잠재 능력, 그리고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세상살이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 홰치며 자기의 힘을 과시하고 있는 수탁.

다시금 마음을 돈독하게 먹고 생각해봅니다.

한겨울의 혹독한 추위와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건너뛰고, 따스한 봄 햇살과 산들산들 가을바람만으로는 탐스럽고 예쁜 열매를 얻을 수 없는 것처럼 저희 아들이 여러 어려움을 겪고 그것을 스스로 이겨내고 당당히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켜보려고 합니다.

한겨울의 추위는 병충해로부터 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세차게 부는 봄바람은 생물의 구석구석까지 영양분을 보내기 위해, 뜨거운 여름의 햇볕은 연약한 생물을 여물지게 하기 위해, 싸늘한 가을바람은 떨칠 수 없는 나뭇잎(애착)을 없애 모진겨울에 살아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조물주가 창조 때부터 만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살아간다면 우리는 평화롭고 행복하리라 생각합니다.

*이 글은 다음카페 '생명의 땅' http://cafe.daum.net/todauddmlEkd 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원고료를 지급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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