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잠시 접고 10월 8일 사천지역에서도 함께 떠나요

제5차 희망버스가 오는 10월 8일 출발합니다. 사진출처: http://cafe.daum.net/happylaborworld
올해는 비도 자주 내렸지만 추위도 몹시 심할 것 같은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바닷가 찬 겨울바람이 얼마나 매서운지는 경험하신 분은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부산 영도 바닷가 한진중공업 35m 높이의 85호 크레인 위에는 올해 1월7일에 올라가 268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 여성노동자가 있습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와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싸우고 있습니다.

저는 올해 여름에 한 시인이 쓴 글을 읽고서야 눈을 뜨고 귀를 열었고, 노동자도 노동운동가도 시민단체 활동가도 정당인도 아닌 저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크레인 앞으로 직접 가게 만들었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도 본 적도 없는 노동자였고 노동운동가였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눈앞에 보이는 대로 익숙한 곳으로 발을 옮깁니다. 저는 참으로 오랫 만에 다시 제 발에다가 눈을 달아보기로 했습니다. 아! 가지 말 것을 그랬나요? 그냥 옛날처럼 아무것도 모른 체 멍청하게 살 것을 그랬나요. 개판이 되어가는 세상이야 조금만 견디면 저절로 변할 것이라 크게 착각이나 하면서 말입니다.

마냥 술독에 빠져서 책에 파묻혀 자기연민이나 자기도취나 즐기며 살걸 그랬나요. 아직도 이런 빌어먹을 세상에 살아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가야했습니다. 가지 않으면, 만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3차 희망버스를 탔습니다. 여름휴가라 생각하고 부산 영도로 갔습니다.

아! 그런데 제가 다시 25년 전의 빛나던 청춘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이 질긴 싸움도 그 때 시작되었더군요. 평화적인 집회에 왔는데, 그냥 한 사람을 보고 싶고 만나고 싶어서 왔는데, 도로 옆 인도에서부터 골목골목까지 철통같이 막아선 경찰들 몰래 밤새 걸으며 1986년,1987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게 됩니다.

아무런 힘도 단체도 없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미래다.”라고 하더군요. 오늘, 우리가 사는 곳 어디에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은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위에서 농성 중인 김진숙 씨.
누구나 이들과 같은 처지가 될 수 있습니다. 뚝심도 없고 모질지도 못한 삶을 살아온 제 삶이 참으로 미워지는 여행이었지요. 저는 3차 희망버스에서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저의 오래된 희망을 만났습니다. 잘못된 방향으로만 걸어왔던 제 자신을 만났습니다. 골목길에서 바로 올라가는 어느 빈집의 옥상에서 새벽을 맞이하며 현실로 돌아와 아래 글을 썼습니다. 

사진출처: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카페
선장이 된 누나 김진숙에게

크레인들이 늘어선 부산만의 새벽이여
실핏줄 같은 봉래산 아래 골목길이여
사람의 눈물이 강이 되어 흐르는 것을 보았네
영도라는 섬에서 나는 다시 청춘으로 돌아가네
도대체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인가
불쌍하여라 돈의 노예들이여 허수아비들아
길을 막아 누구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냐
공장을 빙 둘러 가득 버스차벽을 두르고
가슴이 굳어버린 피곤한 노인들을 모아
갑옷을 걸치고 몽둥이를 든 청춘들을 모아
길바닥에 퍼져 앉게 만들고 드러누워 잠들게 하는가
3차 희망버스에 도는 없어도 물은 있었네
물이 언제 어디서나 아래로 흘러 하나가 되듯이
배를 만드는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위에
숲과 바다를 꿈꾸는 희망의 배 위에서 춤을 추어라
사람답게 살고 싶은 이 땅의 모든 가난한 청춘이여
선장이 된 누나 김진숙과 일곱의 수호신과 함께
우리는 기꺼이 강물이 되어 이 배를 바다에 띄웠네
우리 모두 철인 85호가 되어 모든 것을 새롭게 하리니
탐욕과 폭력의 세상에 20세기에 갇힌 자들아
우리의 애정과 운명은 이미 21세기에서 살고있네
한 번도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을 올려다보며
서슴없이 우리는 언니라고 누나라고 동생이라고 부른다.

 

희망버스엔 소금꽃나무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애틋한 소망과 사람이니까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우렁찬 희망의 함성과 그기에 화답하여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밖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10월 6일부터 부산국제영화제도 열립니다. 10월 8일(토)엔 바쁘고 힘든 일상사를 잠시 접으시고 사천지역에서도 함께 모여 같은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가을소풍을 떠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꾸었던 꿈, 마징가제트가 되는 꿈은 희망버스엔 없습니다. 불편한 진실은 있지만 절망도 두려움도 없습니다. 10월 7일로 정해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도 꼭 보시고 5차 희망버스 ‘가을소풍’을 함께 즐기면 좋겠습니다.

글을 늦게 올려 죄송하고 출발장소와 시간은 함께 가실 분들의 댓글이 달리는대로 그기에 맞게 알려드리겠습니다.

"나는 생각했다. 희망이란 원래부터 있다고 할 수도 있고 없다고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것은 마치 땅 위에 난 길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사실 길이란 원래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차차 생긴 것이다."ㅡ 루쉰 ㅡ

“저는 사실 여기 올라온 순간부터 정리해고 철회보다는 이 크레인을 마징가제트로 개조하는 일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근데 자기 전에 꼭 이 크레인 아래서 외치고 가는 아저씨가 계세요. "절대 딴 생각 하지마이! 아랐제?" 저 아저씬 도대체 어떻게 아셨을까요?” - 김진숙 트위트@JINSUK_85 / 2011년 1월 16일

희망버스와 함께하실 분들은 희망버스 Q&A와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제5차 희망버스 기획단(
http://cafe.daum.net/happylaborworld)

*이 기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원고료를 지급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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