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성준과 책] '강씨공씨네꿈'/강기갑, 공선옥, 서해성 지음

서씨(서해성)는 <한겨레신문>에 한 해 동안 『한홍구 서해성의 직설』에 연재하기도 했던, 오래 전부터 ‘여러 가지 문제연구소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한국의 지성사·문화·예술·지역사 등 모르는 게 없는 체계 잡힌 잡학의 대가이다.

『강씨공씨네꿈』도 그가 기획한 것이다
강씨(강기갑)와 공(공선옥)씨 모두 서씨를 아는 사이지만 두 사람은 초면이다. 강씨와 공씨의 대화는 2011년 초에 말문을 뗀 뒤 춘삼월을 거쳐 사천에 매화가 한창인 4월로 이어졌다.

세상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고, 살아온 내력을 이야기하자는 것이었다. 달을 넘기도록 말을 주고받으면서 두 사람은 농사, 정치, 문학이 서로 근본 성질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기본적으로 이 대화 집은 ‘말의 집’이자 ‘이야기의 집’, 곧 ‘삶의 집’이다. 주제나 말감은 경계를 가르지 않고 무시로 넘나들고 있다. 여럿이 번갈아가면서 추임새를 넣었는데, 가장 큰 추임새는 세상사였다. 강씨의 소박하고 꾸밈없는 이야기는 좌중을 깊은 슬픔에 빠뜨리기도 하고 감탄을 연발하게도 했다. 공씨는 징하게 힘들고 신산스러운 세월도 쾌활하게 말하는 솜씨가 있었다.

요즘은 정치인, 경제인, 종교인... 많은 이들이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책을 만든다. 이 책도 그런 부류의 책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리라. 그래서 처음 책을 대할 때는 경계심을 갖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 장 두 장 읽노라면 두 사람이 풀어가는 진솔하고 소박한 삶의 이야기에 어느덧 빠져든다. 잔잔한 감동이 온다.
아쉽다!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쓴 그렇고 그런 책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독자들이 선택하게 될 까봐...

*이 기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원고료를 지급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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