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운동하는 이 많아도 운전자 과속 ‘쌩쌩’.. “터질 것 터졌다”
오후8시25분. 그리 깊은 밤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사고를 낸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108%로 만취한 상태였다. 그는 사고를 낸 뒤 도주했지만 경찰의 발 빠른 추적으로 1시간 만에 붙잡혔다.
뺑소니 운전자는 붙잡혔지만 피해자 유가족들의 충격은 말로 형언하기 힘들 줄 안다.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그런데 이번 사고로 충격을 받은 이는 유가족들뿐 아닌 것 같다. 사고가 일어난 곳은 이른 바 ‘고읍들판’을 가로지르는 시도 9번도로로, 평소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지역민들이 이 도로를 즐겨 찾는 이유는 운동을 위해서다. 도로 양쪽이 다 들판이어서 공기가 좋고, 경치도 아름답다. 또 도로 가장자리에는 보행자도로가 확보돼 있어 홀로 또는 여럿이서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따라서 인근의 많은 사람들은 이른 아침과 석양이 물드는 저녁, 아예 깊은 밤시간에도 걷거나 달리기에 나선다.
11일 만난 한 주민은 “운동은 하지만 ‘언제 대형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길을 나선다”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또 다른 주민은 “터질 것이 터진 것”이라며, 이번 사고가 이미 예견됐던 것임을 지적했다. 인근 마을 주민들은 음주사고 또는 과속사고 위협을 늘 느껴왔다는 얘기다.
시도 9번도로는 그야말로 직선도로다. 주위가 모두 나지막하기에 시야도 한 눈에 들어온다. 운전자들이 과속하기에 십상인 조건을 갖춘 셈이다. 간혹 과속방지턱이 있지만 교차로에만 있는 정도다. 또 도로 양쪽으로 보행자도로가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지만 운전자들이 속도를 떨어뜨리게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번 사고 역시 보행자도로에서 일어났다. 음주운전자가 도로 가장자리 보행자도로를 걷고 있던 피해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친 사고였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운전대를 잡고 있는 ‘우리’ 스스로부터 반성하자고 촉구하고 싶다. 과속과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나와 내 가족, 내 이웃이 가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도 될 수 있음이다.
특히 최근에는 ‘수확의 계절’을 맞아 농민들이 도로에서 나락을 말리는 경우가 많다. 또 농기계가 도로로 드나드는 일도 잦다. 고읍들판 9번도로뿐 아니라 모든 도로에서 안전운전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