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운동하는 이 많아도 운전자 과속 ‘쌩쌩’.. “터질 것 터졌다”

▲ 지난 10일 발생한 고읍들판 교통사고는 보행자도로에서 일어났다. 평소 많은 주민들이 운동을 즐기던 곳임에도 운전자들은 과속을 일삼기 일쑤여서 사고 위험이 컸던 곳이다.
지난 10일 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저녁식사 후 평소처럼 운동에 나섰던 40대초반의 여성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오후8시25분. 그리 깊은 밤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사고를 낸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108%로 만취한 상태였다. 그는 사고를 낸 뒤 도주했지만 경찰의 발 빠른 추적으로 1시간 만에 붙잡혔다.

뺑소니 운전자는 붙잡혔지만 피해자 유가족들의 충격은 말로 형언하기 힘들 줄 안다.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그런데 이번 사고로 충격을 받은 이는 유가족들뿐 아닌 것 같다. 사고가 일어난 곳은 이른 바 ‘고읍들판’을 가로지르는 시도 9번도로로, 평소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지역민들이 이 도로를 즐겨 찾는 이유는 운동을 위해서다. 도로 양쪽이 다 들판이어서 공기가 좋고, 경치도 아름답다. 또 도로 가장자리에는 보행자도로가 확보돼 있어 홀로 또는 여럿이서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따라서 인근의 많은 사람들은 이른 아침과 석양이 물드는 저녁, 아예 깊은 밤시간에도 걷거나 달리기에 나선다.

▲ 음주교통사고 피해자가 가졌던 것으로 추측되는 휴대폰 파편이 사고현장에 남아 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이곳을 지나는 차량이 과속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60킬로미터. 그럼에도 시속 100킬로미터를 넘겨 달리는 운전자들이 많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11일 만난 한 주민은 “운동은 하지만 ‘언제 대형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길을 나선다”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또 다른 주민은 “터질 것이 터진 것”이라며, 이번 사고가 이미 예견됐던 것임을 지적했다. 인근 마을 주민들은 음주사고 또는 과속사고 위협을 늘 느껴왔다는 얘기다.

시도 9번도로는 그야말로 직선도로다. 주위가 모두 나지막하기에 시야도 한 눈에 들어온다. 운전자들이 과속하기에 십상인 조건을 갖춘 셈이다. 간혹 과속방지턱이 있지만 교차로에만 있는 정도다. 또 도로 양쪽으로 보행자도로가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지만 운전자들이 속도를 떨어뜨리게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번 사고 역시 보행자도로에서 일어났다. 음주운전자가 도로 가장자리 보행자도로를 걷고 있던 피해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친 사고였다.

▲ 음주교통사고 현장. 유사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운전자 모두의 각성이 필요하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보행자도로 시설 자체가 안전하지 못했다고 탓할 수도 있겠다. 안전조치를 충분히 취했는지 사천시와 사천경찰서 모두 이번 기회에 신중히 점검해보길 바란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운전대를 잡고 있는 ‘우리’ 스스로부터 반성하자고 촉구하고 싶다. 과속과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나와 내 가족, 내 이웃이 가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도 될 수 있음이다.

특히 최근에는 ‘수확의 계절’을 맞아 농민들이 도로에서 나락을 말리는 경우가 많다. 또 농기계가 도로로 드나드는 일도 잦다. 고읍들판 9번도로뿐 아니라 모든 도로에서 안전운전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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