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사천시와 간담회 가져, 시 “못 막는다. 협상해라”

흥사일반산업단지 조성 주민설명회가 무산된 뒤 사천시 공무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마을주민들. 지역경제과 박태정 과장이 '현실적 대처'를 주문하고 있다.

흥사일반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업체 주민설명회가 주민들의 거부로 사실상 무산됐다. 그 대신 마을주민들은 사천시청 공무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16일 오후2시, 흥사일반산업단지가 계획되고 있는 곤양면 흥사리 갑사마을에 이방인들이 찾았다. 이들은 산업단지조성을 추진하는 홍보산업주식회사와 설계용역업체 직원들로, 산업단지 기본계획을 설명하고 주민들의 이해를 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갑사마을주민 30여 명은 “공단조성을 반대하고 대화의 준비가 안 됐다”며 만남을 거부했다. 이에 이방인들은 준비해온 술과 음식을 내려놓고 건물 바깥에서 기다렸다.

그런 동안 실내에서는 사천시 조근도 지역개발국장, 박태정 지역경제과장, 한재천 곤양면장 등 관계 공무원과 진삼성 시의원이 지역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조근도 사천시 지역개발국장과 인근 사찰 스님이 공단조성에 관해 얘기 하고 있다.
사천시의 입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헬기를 타고 하늘에서 보면 온 천지가 파헤쳐져 있다. 큰 공단이 없기 때문에 기업들이 저마다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82개 업체가 공장신설 허가를 받았다. 광포만에 공단을 조성하려다 실패했는데, 여기(갑사)는 그에 비하면 환경피해가 최소화 된다. 사천시 발전을 위해 받아들여 달라. 공해유발업체는 받지 않겠다.”

그러면서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현실적인 대책을 찾는 게 낫다는 훈수를 남겼다.

“사실 우리로선 막을 수가 없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허가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안 해주면 되레 소송 당한다. 비슷한 소송으로 어려움도 겪었다. 그러니 무조건적인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대비책을 세워라. 대표기구를 구성해 대화창구도 하나로 통일하는 게 좋다.”

그러나 대부분 60대 이상인 마을주민들은 “남은 생을 살던 곳에서 편히 보내고 싶다”며 공단조성을 막아줄 것을 다시 한 번 사천시에 건의했다.

홍보산업 박용화 부사장(왼쪽)이 마을주민 정대인 씨에게 공단조성 협조를 당부하는 모습

마을주민들은 “공단이 꼭 들어와야 한다면 마을전체를 사들이고 집단 이주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런 자신들의 제안을 썩 내켜 하지는 않는 눈치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집단이주라는 이름으로 고향을 등진 뒤 잘 사는 경우를 별로 못 봤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그러나 공단조성을 추진하는 업체에서는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집단이주계획안을 발 빠르게 세워 마을에 전달했다. 홍보산업 박용화 부사장은 이날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진 않았으나 “두 가지 제안을 담았다”며 마을에서 충분히 검토해주기를 바랐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6월 이명박 정부가 만든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을 적극 활용해 공단조성을 속전속결로 진행시키고 있다.

반면 고향을 지키고 싶은 갑사마을 주민들은 마땅한 방법이 없어 발을 구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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