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에게 듣는다>진주교대 김선유 총장.. "졸업생 '생활치' 안 돼야"

<2012년 대학교육, 대학총장에게 듣는다>2012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면서 대학들 마다 신입생 유치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향후 몇 년 안에 고교졸업생보다 대입정원이 더 많아질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상황. 여기에 ‘반값등록금’의 압박까지 받고 있어 각 대학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이에 서부경남 각 대학 총장들을 만나 대학이 처한 각종 현안과 교육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편집국-

진주교육대학교. 1923년 경남공립사범학교로 문을 열어 3만 명의 교사를 배출한 유서 깊은 대학이다. 이런 진주교대가 최근 제6대 총장으로 김선유 총장을 맞았다. 80년대 중후반, 중등교사로서 교육운동에 참여했던 그가 보여줄 대학운영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하지만 진주교대는 최근 들어 이런저런 도전을 맞고 있다. 100%에 가깝던 교원임용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에 따라 예비대학생들로부터 인기도 그만큼 수그러들었다. 또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압박도 큰 편이다.

이런 까닭에 지난 9월 1일 취임한 김선유 총장의 어깨가 가벼워 뵈지 않는다. 지난 11월7일 그의 집무실에서 대학 총장에 취임한 소감과 앞으로 대학운영계획 등에 관해 얘기 나눴다. 글 하병주/사진 강무성
 

김선유 진주교육대학교 총장이 자신의 대학운영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총장 취임 두 달을 넘기고 있다. 이전에 비해 학교를 보는 느낌이 다를 듯한데, 어떤가?

=무엇보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다. 교수시절, 대학 전체를 보려고 의식을 많이 해도 잘 안됐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전체를 보게 된다. 내 개인 생각보다는 전체를 조율하고 조정하는 역할에 충실하겠다.

△최근 국립대 선진화 방안 등 구조조정 바람이 매섭다. 이런 가운데 교원 임용률까지 낮아져 걱정의 목소리가 크다. 어떻게 해쳐나갈 계획인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학 통폐합과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기 때문에 대학에선 어느 정도 이골이 나 있다. 일단 전국 교육대학들이 한 목소리로 교대가 현행처럼 ‘특수목적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해 어느 정도 일단락한 상태다. 또 재정지원도 교과부에 약속 받은 상태. 다만 최근 교원 임용률이 낮아져 신입생 지원 감소로 이어지고 있어 걱정이다. 이는 당초 정부가 계획했던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 낮추기’ 목표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대학만으론 풀기 어려운 과제다.

제6대 총장을 맞은 진주교대.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 궁금하다.
△국립대 총장선거를 둘러싼 잡음이 올해도 컸다. 따라서 교과부에선 총장 ‘직선제’를 ‘공모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총장께서는 직선제 폐지에 합의한 것으로 아는데, 심경은 어떻고 내부 반발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얼마나 어렵게 얻어낸 ‘직선제’인지 잘 안다. 그럼에도 공모제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양심에 크게 걸렸다. 다만 앞서 말한 대로 진주교대가 특수목적형 대학을 유지하고, 교사 수요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마 (교직원들)마음속으론 반발감이 있었을 텐데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고마울 따름이다.

△평소 예비교사들인 제자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강조해 왔는지...

=삶을 살아가며 너무 코앞만 쳐다볼 게 아니라 중간도 보고 또 아주 멀리도 바라보라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선 멘토를 찾는 일이 중요한데, 가까운 교육현장에서 찾기를 권한다. 특히 ‘신언서판’ 4자성어를 인용하며, 판단력을 기르도록 노력할 것을 강조해왔다.(신언서판 : 중국 당나라 때 관리를 등용하는 시험에서 인물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던 몸[身]말씨[言]글씨[書]판단[判]의 네 가지를 이르는 말. 이 중 으뜸이 판단력이라는 얘기.)

지난 9월1일 있었던 취임식에서의 김선유 총장. 진주교대부설초교 이전 공약을 어떻게 지켜나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진주교대만의 특별함을 얘기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신입생을 뽑고 있다는 점을 들고 싶다. 현재 진주교대는 전국 교대 가운데 유일하게 입학사정관제 선도대학으로 지정돼 있는데, 올해로 2년째다. 교사란, 점수 1,2점보다 인성과 적성이 더 중요한 법이다. 한 줄로 줄 세우기 하는 입시문화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입학사정관에게 좋은 점수를 받은 학생과 단지 성적이 좋은 학생이 대학에서 어떻게 변화, 성장하는지 관찰할 좋은 기회인 셈이다. 고등학교까지 공부만 열심히 하다 교대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사회에 나가 '생활치'로 전락하기 쉽다. 적어도 진주교대 졸업생은 '생활치'란 손가락질은 안 받았으면 좋겠다.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한 줄로 줄 세우기 하는 대학입시의 관행을 깼으면 한다는 김 총장의 바람이 이뤄질지 궁금하다.이번 인터뷰에는 이영주 뉴스사천 대표이사도 함께 했다.
△총장선거 당시 ‘부설초교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역민들에겐 아주 민감한 문제일 텐데, 복안이 있는지...

=핵심부터 말하면, 지금의 부설초교는 혁신도시 쪽으로 옮기고 남은 자리에는 지역민과 대학이 함께 사용하는 종합건강타운을 조성하자는 게 내 생각이다. 문산에 조성 중인 혁신도시의 성공은 교육에 달렸다고 본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육에 문제가 없어야 이전 기관의 직원과 그 가족들이 안심하고 함께 내려올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진주교대부설초교는 매력적일 수 있다. 김두관 도지사와 이창희 진주시장에게 이 뜻을 전했더니 공감하는 눈치였다. 다만 현 부설초교 인근 지역민들이 섭섭할 수 있다고 본다. 남는 터에 수영장이나 골프연습장 등을 넣어 지역민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이해를 구할 생각이다.

△교원임용고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 가슴 졸이고 있을 제자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 남긴다면?

=올해부터 지역가산점이 없어져 임용을 준비하는 제자들이 무척 힘들 줄 안다. 마치 노지에 내 보내는 느낌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동안 노력한 결과가 눈앞에 기다리는 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리라 믿는다. 진주교대 4학년 여러분, 화이팅!(교원임용 1차시험이 지난12일 있었다.)
 
◇김선유 총장 약력

1954년 산청 출생. 마산고 졸업. 진주교대 졸업. 동아대(수학 이학사)-부산대(수학교육학 석사)-동아대(수학 이학 박사). 1993년 진주교대 수학교육과 교수. 국정교과서 편찬위원회(초등수학) 집필위원. 진주교대 교수협의회장. 한국초등수학교육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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