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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사천 유네스코 지질공원’을 꿈꾸며 ⑤

‘사천 국가지질공원’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

2021. 11. 10 by 하병주·김상엽 기자

지질공원 해설사·지오파트너…주민 참여 ‘필수’
인증 절차는 간단…첫걸음은 지자체의 강력한 의지
시 “‘사천 선상지’ 관광 자원화 연구 이어 적극 검토”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쉬고 즐기느냐’가 더 중요해진 세상이다. 이에 자치단체들은 저마다 관광객 유치에 혈안이다. 사천시도 마찬가지. 그러나 관광객을 사로잡을 ‘한 방’이 못내 아쉽다. 그 틈을 메울 방안으로 ‘유네스코 지질공원’이란 이름표는 어떨까? 다양한 화석산지와 경관 자원을 엮는 것만으로도 사천시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편집자-

‘사천 선상지’는 한국을 대표하는 선상지로 이름이 나 있다. 다양한 백악기 화석과 함께 사천을 대표하는 지질·지형 자원으로 손색이 없다. 각산에서 바라본 ‘사천 선상지’.
‘사천 선상지’는 한국을 대표하는 선상지로 이름이 나 있다. 다양한 백악기 화석과 함께 사천을 대표하는 지질·지형 자원으로 손색이 없다. 각산에서 바라본 ‘사천 선상지’.

[뉴스사천=하병주·김상엽 기자] 지금까지 네 번에 걸친 보도에서 국가지질공원의 개념과 국내 사례 등을 살폈다. 또, 사천에는 어떤 가치 있는 지질·지형·경관 자원이 있는지도 대략 둘러봤다. 이제 남은 것은 ‘사천 국가지질공원’의 등재 가능성을 짚고, 앞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살피는 일이다. 이에 앞서 지질공원의 개념과 특징을 다시 한번 짚어 보자.

앞서 확인한 대로 정부나 유네스코가 지질공원을 지정하는 이유는 ‘보전’보다 ‘활용’에 방점이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자연공원법에선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한 지역으로서 이를 보전하고 교육·관광 사업 등에 활용하기 위하여 환경부장관이 인증한 공원’을 지질공원으로 정의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지질공원에 찾아와 배우고 체험하면, 이 과정에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경제적 혜택을 누리고, 지역 주민은 다시 높은 자긍심으로 보존에 힘쓰게 되는 원리이다.

이 과정에 지자체는 지질공원 해설사를 양성해 운영하는 게 보통이다. 운영비용은 정부가 일부 지원한다. 지질공원 해설사는 지질공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지질, 지형, 자연, 역사 등의 특징을 이야기로 알기 쉽게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 주민과 학생들을 만나기도 한다. 한탄강 국가지질공원을 끼고 있는 연천군에서는 무려 55명의 지질공원 해설사를 운영하면서 지질공원은 물론 지자체의 얼굴로 활용하고 있다.

주민들이 지질공원에 어울리려면 지오파트너(=지오메이트)로 참여하는 방안도 있다. 지오파트너란 ‘지질공원의 파트너’란 뜻으로, 지역 내의 식당, 마을, 기관(학교, 박물관 등)이 참여할 수 있다. 지질공원의 특징을 살리는 음식이나 상품, 프로그램 등을 개발한다면 관광객의 눈길을 더 끌 수 있다는 게 지질공원 인증 지자체들의 하나같은 반응이다.

국가지질공원 인증은 그것만으로도 지자체와 지역민들에겐 강한 자부심이다. 여기에 경제적으로도 긍정의 효과가 발생하면 금상첨화다. 국가지질공원 사무국과 청송군에 따르면, 2019년에 청송 국가지질공원을 방문한 사람은 111만 3363명이며, 이들이 식비, 교통비, 숙박비, 시설이용료 등으로 지출한 여행 비용이 652억 원이다. 나아가 생산 파급 효과가 963억 원, 소득 파급 효과가 285억 원이며, 고용 효과도 2275명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으려면 먼저 후보지로 선정돼야 한다. 국가지질공원 인증 절차 도표(출처: 국가지질공원 사무국)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으려면 먼저 후보지로 선정돼야 한다. 국가지질공원 인증 절차 도표(출처: 국가지질공원 사무국)

이처럼 지자체와 지역 주민의 의지에 따라 다양한 활용법을 모색할 수 있는 게 국가지질공원이다. 이 지질공원 인증의 첫 출발은 지자체의 몫이다. 지질·지형 명소를 발굴하고, 학술 조사나 타당성 조사를 하는 준비·기획 단계가 필요하다. 이 작업을 거쳐 지자체가 환경부에 지질공원 인증을 위한 후보지 신청서를 제출한다. 그러면 지질공원 사무국에서 후보지 적합 여부 등을 서면으로 먼저 평가하고, 이어 지질공원 위원회에서 지질공원 후보지 적합 여부를 심의한다. 여기까지가 후보지 선정 절차다.

후보지로 선정된 뒤에는 인증에 필요한 준비 시간을 2년간 갖는다. 지자체는 이 기간에 지질공원 위원회에서 부여한 필수 조건을 갖추고 이행 사항을 해결해야 한다. 사무국이 조건을 갖췄다고 판단하면 위원회가 마지막으로 심의해 인증하게 된다. 과정이 순조로울 경우 출발부터 마무리까지 걸리는 시간은 4~5년 정도다.

지질공원으로 인증받기가 다소 까다로워 보이지만, 국가적 학술 가치를 인정받는 곳이 최소 5곳(세계적 가치 1곳 이상)이면 그리 어렵거나 복잡할 일이 아니다. 국립공원공단이 2018년에 대한지질학회에 맡겨 연구한 ‘경남권 지질유산 발굴 및 가치평가 사업’ 자료에 따르면, 사천의 지질유산은 25개로 절대 적지 않다. 경남 서부권의 거창(9), 남해(10), 산청(15), 진주(14), 하동(16), 함양(23)과 비교해도 처지지 않는다. 지질유산 25개 중 2등급이 4개, 3등급이 6개로, 학술 가치 면에서도 비교적 높다.

이 가운데 사천 자혜리 화석 갯지렁이초(=백악기 날도래 유충 집단서식 화석산지)는 경상남도 기념물 제241호로 지정된 곳으로,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에 올랐다. 천연기념물인 ‘아두섬 공룡 화석산지’(제474호), ‘선전리 백악기 나뭇가지 피복체 산지’(제565호)와 함께 학술·보존 가치가 그만큼 높다.

이런 가운데 주목해야 할 사천의 지질·지형 자원이 또 있다. 그중 하나가 ‘사천 선상지’이다. 선상지는 부채꼴 모양의 독특한 퇴적 지형으로, 학계에서 꼽는 국내의 가장 대표적인 선상지가 ‘사천 선상지’이다. 마침 사천시는 올해 ‘사천 선상지’를 생태·문화·경관·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는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김경수 한국지질유산연구소장이 발표해 세계적으로 눈길을 끈 서포면 자혜리의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도 활용 가치가 높아 보인다. 추가 발굴에 이어 현장 보존 시설을 갖춘다면 훌륭한 지질자원 관광 명소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천시 의뢰로 ‘사천 선상지’ 연구를 맡은 이는 기근도 경상국립대 지질교육과 교수다. 지질공원 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그는 “사천의 지질·지형 자원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될 만큼 완벽히 갖춰진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선상지 연구에 이어 학술적 뒷받침을 보완한다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전망했다.

‘사천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향한 김경수 소장의 기대치는 더욱 컸다. 그는 “공룡은 아이들이 워낙 좋아해서, 그 부모나 조부모까지 덩달아 끌어올 수 있는 매력 있는 관광 상품”이라며, “다양한 공룡 화석산지를 잘 활용한다면 국가지질공원이라는 브랜드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천 국가지질공원’을 현실화하는 일에 사천시도 의지를 내비쳤다. 박창민 관광진흥과장은 “지질공원이 사천 관광 활성화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판단이 필요하다. 이번 선상지 연구 용역에 이어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현재 경남에는 국가지질공원이 한 곳도 없다. 그렇다 보니 최근 들어 진주, 고성, 남해 등 사천 주변 지자체에서도 화석을 주제로 한 국가지질공원 등재 의지가 조금씩 읽힌다.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위한 경쟁이 곧 시작될 수 있다.

 

사천은 리아스식 해안이 발달한 가운데 지역 곳곳에 화석산지가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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