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경찰, 피라미드식 금품갈취 일삼은 학교폭력조직 검거
경찰은 이 같은 내용으로 14일 오전10시께 사천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삼천포지역 중고교생(중퇴자 포함) 30명은 지난해 3월9일부터 12월21일까지 중학교 1학년생 138명을 상대로 3800여 만 원 상당의 금품을 갈취했다. 또 이에 응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폭행을 가했다.
이번 학교폭력사건의 핵심 피의자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이아무개(20)군이다. 이군은 후배 A(17, 중 중퇴)군, B(17, 중 중퇴)군, C(16세, 중3)군 등과 함께 ‘○○이와 아이들’이라는 폭력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던 중, 이전부터 현금을 뜯어오던 D(15, 중2)군이 지난해 중학교에 입학하자 D군을 포함해 중학교 1년생 9명을 모임에 가입시킨 뒤 매일 3~10만 원까지 상납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D군 등은 자신들의 용돈은 물론 동년생들로부터 돈을 뜯어 이군에게 상납했다. 이 과정에 H군은 한 때 상납금을 마련하지 못해 도망을 다녔으나, 이군에게 붙잡혀 폭행을 당하고 생명에 위협까지 받았다.
사천경찰은 탐문수사와 참고인 진술 등을 고려할 때 단순 학교폭력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수사과 강력팀에 사건을 맡겨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 경찰 수사를 눈치 챈 이군이 부산으로 도주하자 5일 간 잠복 끝에 그를 붙잡았다.
조사 결과, 이군은 삼천포지역 중고교생 35명을 모아 폭력모임을 만들었으며, 회원 일부는 몸에 문신을 하고 행동수칙을 만들어 운영하는 등 조직폭력배를 흉내 냈다. 행동수칙에는 ‘선배를 만나면 허리를 90도 숙여 인사한다’ ‘선배에게 대답할 때는 반드시 끝에 형님이라고 붙인다’ 등이 담겼다.
이들은 주로 PC방에서 만났고, 상호 연락은 인터넷 메신저나 전화통화, 그리고 문자메시지로 이뤄졌다. 특히 돈을 모으라고 요구할 때는 “얼마 모았어” “다 모았으면 ○○로 가져와” 등으로 지시했고, 지시를 받고 나면 문자를 바로 삭제하도록 해 부모나 교사에게 들키지 않게 했다.
사천경찰은 이번 사건으로 이군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상습공갈) 혐의로 구속하고, A군 등 20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했다. 또 강요에 의해 금품을 갈취하거나 사안이 경미한 9명은 선도 조치한 채 해당 학교에 넘겼다.
경찰은 또 이 과정에 미성년자 6명에게 1인당 30만 원 씩 받고 불법으로 문신을 해준 문신업자 이아무개(52) 씨를 붙잡아 보건범죄단속에관한법률조치법위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구속될 피의자가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A군과 B군은 지난 1월11일, 금품갈취와 보복폭행을 가한 혐의로 입건된 바 있어 구속이 유력하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학생들을 상대로 불법으로 문신을 해주거나, 방학이나 주말을 이용해 퀵서비스, 유사석유 판매, 행사장 폭죽 판매 등을 강요하고 돈을 갈취하는 사례를 엄중 수사해 사법처리 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번 사건을 수사 지휘한 김대규 수사과장은 ‘학교폭력 문제가 너무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일부 시각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건기록만 2070장에 이르는데, 이런 사건은 흔치 않다”며 “그런 생각을 떨치기 위해서라도 학교, 교육청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또 이번 사건으로 인한 보복 폭행과 추가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해자와 경찰관이 1대1 ‘멘토-멘티’ 관계를 맺고, 축구시합과 음악회를 열어 가해자와 피해자가 소통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