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로부터 집단폭행 당한 환경미화원, “미온적 처리는 의도적”

환경미화원들이 대기실로 쓰고 있는 옛 동림동사무소에서 집단폭행사건이 최근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사천시청 소속 환경미화원이 노동조합 가입 문제로 동료 미화원들로부터 집단 폭행당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건이 발생한지 20일 넘게 지났지만 사천시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비난이 일고 있다.

환경미화원 폭행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 3월 6일 오후 4시30분께 환경미화원 대기실로 쓰고 있는 옛 동림동사무소에서다. 피해자 정아무개 씨는 하루 일과를 마무리 짓는 종례에 앞서 대기실 앞마당에서 휴식 중 동료 미화원 5명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가해자들은 정 씨의 노조 가입과 그에 따른 활동에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정 아무개 씨가 환경미화원 대기실에서 폭행 당했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정 씨는 6급 장애가 있는 자신의 오른손을 다쳤다.
이 일로 정 씨는 손과 목 등을 다쳐 병가를 낸 채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또 급성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과 중 동료 간 폭행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사천시의 대응은 느리기만 하다. 사건 발생 20일이 지나고 있지만 정확한 진상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7일 만난 피해자 정 씨는 “평소 공무원들은 우리를 보고 ‘가족 같이 생각한다’고 늘 말해 왔는데, 정작 이번 일이 발생하자 ‘어찌된 일이냐’ ‘많이 다치진 않았느냐’고 물어보지도 않는다”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미화원 관리감독 업무를 맡고 있는 사천시환경사업소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항변했다. 사건 발생 후 현장에 나가봤고, 가해자 5명을 불러들여 사건 경위에 대해 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또 가해자들을 타일러 피해자 정 씨에게 먼저 사과하라고 했고, 환경사업소에서도 직접 정 씨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경위에 대해 물어보려 했지만 정 씨가 전화를 받지 않는 등 만나기를 꺼렸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정 씨가 이번 사건을 경찰에 고소했기에 지금은 사건처리 결과를 모두 지켜본 뒤에 징계 수위를 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 씨의 주장은 다르다. 가해자들을 고소한 시점이 9일인데, 그 전까지 공무원들로부터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가해자 중 일부가 전화를 걸어 왔지만, 오히려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말로 겁박해 그 뒤로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사천시청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란에 정 씨가 올린 글.
또 그는 “치료비 산재처리를 위해 환경사업소에 들어갔을 때도, 병가 연장 신청을 위해 사업소에 전화를 걸었을 때도 관련 일만 처리해 줄 뿐 아무 것도 물어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들이 나한테 전화를 걸었다면 전화기록에 남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얼마든지 공개할 수 있다. 설령 전화로 연결이 안 되고 내가 직접 찾아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성의가 있다면 아픈 사람을 직접 찾아 사건 경위를 물어보고 위로하는 게 인간적 도리 아닌가!”

그러면서 정 씨는 사천시의 미온적인 사건 수습이 상당히 의도적이라고 해석했다.

“폭력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부터 우리 환경미화원들도 노조에 가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70여 명의 미화원 중 감독원이나 퇴직을 앞둔 사람을 뺀 대다수가 노조에 가입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는 공무원들이 상당히 부담스러워 했고, 당시 폭행사건이 일어난 뒤 20명 가까이 노조가입 의사를 철회했다. 뭔가 의도가 깔려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천시 환경사업소 측은 "이번 사건이 노조 문제로 미화원들끼리 내부적으로 일어난 일일 뿐 환경사업소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정 씨의 이런 해석에 사천시환경사업소는 “절대 그렇지 않다”는 반응이다.

“미화원들의 노조 가입을 두고 우리가 이래라 저래라 이야기 한 적 전혀 없다. 단지 이번 폭력사건이 일어난 뒤에 직원들의 복무기강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몇 가지 얘기한 것뿐이다. 그리고 이번 사건도 노조 문제로 미화원들끼리 내부적으로 일어난 일일 뿐 환경사업소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다.”

환경사업소 하현무 청소담당의 말이다.

한편 정 씨는 자신을 폭행한 동료 미화원 5명을 지난 9일 경찰에 고소했다. 또 사천시청 홈페이지 열린시장실에 자신의 억울한 심경을 글로 올렸다. 이에 대해 정확한 진상조사와 사태의 빠른 해결을 촉구하는 관련 글이 올라오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