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논란의 뜨거운 감자, 폐도 이용한 '주유공지'

‘주유공지’가 유치원 앞 주유소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주유공지란 주유를 받으려는 자동차 등이 출입할 수 있도록 너비 15m 이상, 길이 6m 이상의 콘크리트 등으로 포장한 공지를 말하는데, 위험물안전관리법시행규칙 제37조 별표13 ‘주유취급소의 위치.구조 및 설비의 기준’에서 반드시 보유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급유공지도 확보하도록 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규격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현재 주유소 건립부지는 너비가 10미터도 채 되지 않는 등 아주 좁아 주유공지가 확보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주유소업 신청인은 사천유치원 사이에 있는 도로 일부를 사용하기 위해 신청서를 접수했으나 불가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도로는 옛 일반국도로, 현재 국가 소유다.

사진 왼쪽 흙더미가 주유소의 주유공지에 해당되는 자리다.
당시 시 건설과에서는 “국유재산 사용수익허가 신청지는 공공용으로 사용되는 도로로 사용수익허가 협의 대상이 아님을 통보합니다”라고 답했다. 여기서 사용수익이란 쉽게 말해 빌려 쓰겠다는 뜻인데, 이를 허가하지 않은 것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만약 주유공지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주유시설이 갖춰지더라도 주유소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주유소로 등록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형편임에도 주유소업 신청인은 왜 주유소 건립을 강행했을까.

이와 관련해 시 건축과 제준봉 건축행정담당은 “공문에는 그렇게 돼 있지만 말로 충분히 설명했더니 건설과 담당자가 괜찮다고 했다. 그러니까 계속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당시 건설행정담당 직책을 맡았던 강영찬씨는 “도로로서 공공용으로 계속 사용하면 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주유공지라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므로 해당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사천시는 서류상으로는 ‘도로를 쓸 수 없다’고 해놓고, 이면에서는 ‘사용해도 괜찮다’는 뜻을 전달한 셈이다. 이에 따라 주유소업 신청인은 도로부지의 주유공지 사용이 가능하다고 판단,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담당 공무원들의 입장에 이견이 감지되는 가운데 앞으로 '폐도를 주유공지로 쓸 수 있느냐 없느냐'가 주유소 건립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주유소업 신청인과 사천시 사이에 새로운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한편 사천유치원 학부모들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24일 오후 공동대책회의를 갖고 유치원 앞에 주유소가 들어서는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이들은 쾌적한 교육환경 확보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기로 하고 교육관련 단체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공감대를 넓혀나가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유치원 학부모대표단과 이정희 의원, 박영옥 참교육학부모회사천지회장, 최인태 동성초등학교운영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24일 오후 사천유치원에서 학부모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대책회의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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