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포 사이에 사천에서는 흔치 않은 문화행사가 여럿 반복됐다. 다름 아닌 출판기념회다. 보통 시기엔 1년이 가도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출판기념회가 네 번이나 열렸으니 특이한 일임에 분명하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이렇게 표현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출판기념회에 빼곡이 앉은 걸 보니 사천의 문화성숙도가 장난이 아니던 걸!”하고 말이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이해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선거철이면 등장하는 출판기념회, 그리고 서로 경쟁하듯 사람들을 불러 모으다보니 그 과정에 눈살 찌푸릴 일도 있었음을 에둘러 표현했음이 마땅하다.

정치인들이라고 해서 책을 왜 못 펴내고 출판기념회를 왜 못하랴. 나아가 정치에 뜻을 품은 이가 출판기념회를 통해 대중과 만나고, 자신의 생각을 담은 책 이야기를 왜 못 전하랴.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면 이해의 눈길도 자연히 돌려지게 된다.

이번 입후보예정자들의 출판물을 보니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소박하게 풀어냈거나 자신이 만난 사람을 중심으로 소개한 이야기, 때론 시대적 사명과 사천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했다. 어느 정도 받아들일 만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관중을 보고선 ‘저들이 다 어찌 왔을까’ 의심이 절로 들었다. 심지어 한 입후보예정자의 출판물은 그 출판물에 ‘출판기념회’라고 표현했을 만큼, 이 출판물이 책인지 아니면 출판기념회를 위한 홍보물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선거법을 아무리 비켜갈 수 있다고 해도 이는 너무한 것 아닌가.

정치권이 이러한 선거용 출판기념회를 차단하겠다고 몇 달 동안 부산을 떨더니 결국 흐지부지 결론 내리고 말았다. 국회의원 자신들도 머잖아 ‘눈 가리고 아웅’ 해야 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비록 이번 6.4지방선거에선 고름을 다 짜내지 못했지만 정치권이 대오각성 해 묵은 상처를 스스로 씻어내는 날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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