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가에서 깜짝 놀란 농부와 백로 이야기

 조선후기 이양연이 지은 '백로'라는 제목의 시조입니다.

蓑 衣 混 草 色    도롱이 옷 풀빛과 뒤섞여 있어
白 鷺 下 溪 止    백로가 시냇가로 내려앉았네
或 恐 驚 飛 去    놀라서 달아날까 염려가 되어
欲 起 還 不 起    일어날까 생각하다 다시 앉았네

▲ 깜짝 놀란 백로

  여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시간. 농부들은 도롱이를 걸치고 물꼬를 손보기 위해 논으로 달려갑니다. 도롱이는 짚, 띠 따위로 엮어 허리나 어깨에 걸쳐 두르는 비옷을 말합니다.  예전에 주로 농촌에서 일할 때 비가 오면 사용하던 비옷입니다.

▲ 논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황로

  도롱이를 걸친 농부가 일을 마치고 농기구와 손발을 씻기위해 냇가로 내려섰습니다. 풀빛이 완연한 도롱이를 걸친 농부의 모습은 멀리서 보면 마치 풀밭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백로가 먹이를 찾기위해 시냇가에 내려 앉았습니다. 농부는 손발 씻기에 바쁘고, 백로는 먹이 찾기에 바쁩니다. 농부와 백로가 동시에 고개를 들다 눈길이 마주쳤습니다. 농부는 백로를 생각해서 급하게 고개를 숙입니다. 백로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 자리에 다시 주저 앉았습니다. 비는 계속해서 주룩주룩 내립니다.

뭇 생명을 배려하는 농부의 따뜻한 마음씨가 듬뿍 묻어납니다.  농부와 백로가 같이 비를 맞고 서 있는 풍경은 그대로 나와 자연이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순간입니다. 

▲ 차 소리에 깜짝 놀라 날아오른 중대백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백로라고 말하는 흰 깃털을 가진 종은 대백로,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노랑부리백로등이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종은 주로 중대백로와 쇠백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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