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경상대학교 미생물학과 교수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에는 여러 변화가 나타나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기억력이 감퇴되는 것을 심각하게 느끼게 된다. 대화중에 어떤 이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거나, 물건의 이름을 바로 얘기하지 못하고 “거시기, 그거 뭐지?”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학습 능력이 저하되는 것이다.

최근 연구 보고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 사람의 뇌가 줄어든다고 한다. 30살에서 90살 사이에 뇌의 물질이 20% 가량 줄어든다고 하는데, 특히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가장 심하게 줄어든다고 한다. 경험적으로 얻어진 사실이지만 옛 어른들이 공부도 나이가 있고 때가 있다고 하시던 말들이 이제는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뇌가 줄어드는 것을 늦추거나, 더 나아가서는 개선할 수는 없을까? 오래전부터 운동을 하면 기억력이 증진된다는 결과가 있었다. 운동이 어떻게 기억력을 증진 시키는 지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하게 기억력 증진에 보탬이 된다는 것이 알려져 있었다.

과학의 발달과 기술의 발달로 여러 가지 새로운 영상기술이 발달되었는데, 그러한 기술 중의 하나가 핵자기공명영상(MRI)이다. 이 기술로 인해 X-선 촬영으로는 볼 수 없었던 몸의 부분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대학병원을 비롯한 종합 병원에 갖춰져 있어 암과 같은 질병을 진단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된다. MRI는 특히 뇌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기술이다.

최근 미국의 일리노이 대학에서는 흥미로운 실험을 하였다. 60대와 70대의 58명을 모집하여 29명에게는 매주 3회, 1시간 씩 유산소 운동을 하는 프로그램에 참가 시켰고, 나머지 29명에게는 무산소 운동을 하게 한 후 6개월 뒤에 MRI로 뇌의 변화를 관찰하였다. 놀랍게도 유산소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은 무산소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뇌에 비해 뇌의 체적이 증가했음을 알아내었다.

우리 몸이 활동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섭취한 음식을 분해하여 얻는다. 세포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ATP라고 하는데, 이 ATP를 생산하기 위한 방법의 차이로 유산소와 무산소로 나눈다. 예컨대, 100m와 같은 단거리를 뛰는 운동은 무산소 방법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사용하고, 마라톤과 같은 운동은 산소를 사용하여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유산소 운동이라 부른다. 조깅,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렇다면 유산소 운동이 왜 뇌의 소실을 막는 것일까? 연구자들의 결론은 심장의 건강 상태와 기억력 유지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규칙적인 운동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모두 건강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완연한 봄이다. 매화가 만발하더니 벚꽃이 뒤를 이었고, 뒤질세라 유채가 만발하였다. 치매 예방에 좋다고 화투 놀이를 하는 것보다, 화창한 봄을 느끼며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어떨까?
심장도 건강해지고, 머리도 좋아지는 비법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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