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남성 검사 결과 ‘음성’ 소식에 시민들 안도의 한숨
사천시 공식 대중행사 연기 등 경계심 분위기는 계속
A씨가 고열을 호소하며 사천시보건소에 연락을 한 건 3일 오전 9시 30분이다. 그는 회사업무로 동료 19명과 함께 4월 21일부터 5월 25일까지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뒤였다. 귀국 하루 전날 경유지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하루를 보낸 그였다.
전화로 A씨와 상담을 끝낸 보건소 방역담당 직원들이 그를 찾아가 체온을 확인하니 39도, 고열이었다. 보건소 측은 질병관리본부와 긴밀히 연락하며 음압시설이 갖춰진 부산의 한 병원으로 A씨를 옮겼다. 음압시설은 기압을 낮춰 실내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만든 시설로, 바이러스 확산을 예방할 수 있다.
A씨는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A씨에게서 확보한 검체(=시험 재료)는 경남보건환경연구원으로 옮겨져 메르스 감염이 맞는지 확인에 들어갔다.
A씨가 외국에 다녀온 뒤 고열로 격리 치료를 받는다는 소식은 이날 오후부터 SNS를 타고 조금씩 퍼졌다. 의심환자의 직장동료와 그의 가족들을 통해서다. 이 소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확대 재생산 되기에 이르렀다. 메르스 의심환자가 확진환자로 둔갑되기도 했고, 이 환자가 지역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괴소문이 돌면서 해당 병원은 사실이 아님을 알리느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사천에서 메르스 의심환자가 발생했다는 언론보도가 이날 오후 3시 34분 <뉴스사천>을 통해 처음 전파를 탔다. 지역사회는 급속히 술렁였다. 사천시도 메르스 의심환자 발생 소식을 전하며 향후 각종 행사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교육청과 일선 학교는 관련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휴교와 휴업 검토에 들어갔다. 학부모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이날 저녁, 사천의 식당과 술집, 거리는 여느 때보다 한산했다. 벌써부터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저녁 8시께 A씨의 검사 결과가 발표됐다. 메르스 음성 판정. 대신 말라리아 감염이 확인됐다. 말라리아는 모기가 옮기는 질병으로 역시 고열을 동반한다. A씨가 나이지리아에 체류하는 동안 말라리아모기에 물린 것으로 보건당국은 추정했다.
지역사회는 점차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놀란 가슴이 진정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튿날인 4일 현재 사천시는 당분간 공식 행사를 잠정 연기한다는 기본 입장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일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선 휴원 또는 자율등원 방침을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