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원 경상대학교 미생물학과 교수
해마다 노벨상 수상자가 결정되어 언론에 보도되면, ‘우리는 언제나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곤 한다. 이웃 나라인 일본은 2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그 중 19명이 과학 분야였다. 과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참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우리가 퀴리부인이라고 알고 있는 마리 퀴리는 남편과 함께 방사성 원소인 플로늄과 라듐을 발견했다. 이 공로로 1903년 H.베크렐과 남편인 피에르 퀴리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녀는 1911년 순수 라듐을 분리해낸 공로로 또 다시 노벨 화학상을 받게 된다. 한 사람이 두 번이나 노벨상을 받은 것이다. 놀라운 얘기는 더 이어진다. 퀴리부인의 딸과 사위인 졸리오 퀴리 부부는 인공적으로 만든 새로운 인공 방사성 원소의 발견으로 1935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수상했다. 한 집안에서 장인, 장모, 딸, 사위가 총 5번 노벨상을 수상한 것이다.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많은 연구 논문을 낸다고 해서 노벨상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류에 큰 기여를 한 연구, 발명이 있을 경우 그 아이디어를 맨 처음 만든 사람에게 상을 준다. 다시 말하면 독창성에 가치를 둔다는 것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라는 세균을 발견한 베리 마샬은 위 속에 세균이 살고 있다고 주장해 처음엔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으나 훗날 그의 주장은 모두 옳았음이 드러났다. 그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한 연구실에서 3년간 연구한 적이 있었는데, 그 연구실은 노벨상 수상자를 여러 명 배출했다. 한 번은 연구실 책임자의 70회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실험실을 거쳐 간 노벨상 수상자들의 기념강연을 듣게 됐다. 한 자리에서 그렇게 많은 노벨상 수상자의 강연을 듣는 기회란 자주 오는 것이 아니었다. 강연을 들으면서 가슴이 벅찼고, 나도 그 분들처럼 열심히 해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그 분들 중 아서 콘버그 박사님의 강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분은 세포가 분열을 하면 당연히 DNA가 복제를 해야 하므로 그것을 담당하는 효소가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로 결국은 DNA 중합효소를 발견한다. 1959년 노벨상을 수상한 그 분의 아들인 로저 콘버그는 2006년 ‘진핵세포의 전사 조절’을 규명해 노벨 화학상을 받게 된다.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노벨상을 수상한 것이다.

로저 콘버그 박사가 오는 8월 12일 오후 두시에 경상대학교에서 ‘노벨상까지의 나의 삶과 노력’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한다. 노벨상 수상자의 강연을 직접 들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의 강연을 젊은 학생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특히 고등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노벨상 수상자를 바로 눈앞에서 보고 그의 얘기를 듣는 다면, 마음속에 불같은 열정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열정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많을 때 우리의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배출은 앞당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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