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원 경상대학교 미생물학과 교수

어느덧 2015년 끝자락이다. 한 해를 보내는 송년회가 줄을 잇는다. 모처럼 저녁을 같이 하면서 한 해 동안 겪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내년을 다짐하는 자리가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 살이 찌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생긴다. 비만의 원인은 간단하다. 고칼로리 음식을 너무 많이 먹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연말의 모임 자리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비만 예방을 위해 지방과 당의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눈앞의 음식을 두고 식욕을 참아내기는 어렵다. 게다가 기름진 음식과 단 음식에 자꾸 눈과 손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우리는 왜 비만을 일으키는 음식을 갈망하는 것일까?

지구가 태어난 것은 약 46억 년 전의 일이라고 한다. 이 지구상에 생명체가 등장한 것은 35억 년 전이었다. 그렇지만 인류가 지구에 나타난 것은 약 5백만 년 전쯤이었고, 인간(Homo sapiens)이 출현한 시기는 약 16만 년 전이라고 한다. 지구 역사에 비하면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온 기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화석의 증거에 따르면 인간은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아시아로, 그리고 유럽으로 퍼져 나갔다고 추정된다. 인간은 오랜 동안 초원에서 사냥을 하고 열매를 모아 생활하였다. 인간이 스스로 농업을 시작하고 정착 생활을 하게 된 것은 길게 잡아야 1만 5천 년 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었던 것은 그로부터 훨씬 시간이 흐른 뒤의 일이다. 아마도 농업기술이 발달한 다음이므로 아직 수백 년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사람은 16만년 동안 충분한 음식을 먹지 못하고 배고픔에 시달리면서 살아왔음이 분명하다.

우리 조상들은 끊임없이 기아의 위험에 빠져 들었다. 특히 기름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란 극히 드물었을 것이고, 달고 맛난 음식을 만나는 것도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오히려 굶주림에 익숙했을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름진 음식과 단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오면 많이 먹어두는 사람이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많이 먹어 몸에 저장하면, 기아가 다가오더라도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름진 음식과 단 음식을 거부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여기 있다. 농업이 발달하면서 먹을거리가 풍부해졌지만 다가올 기아에 대비하려는 우리 조상들의 생존 본능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올 연말에도 어김없이 기름진 음식과 달고 맛난 음식이 우리를 유혹할 것이다. 우리는 조상들이 물려준 생존 본능에 따라 몸속에 많은 것을 저장하려고 할 것이다. 이것들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쉽지 않은 싸움을 벌여야한다. 이 싸움에서 지지 않으리라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생존본능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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