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기억, 교육현장…시로 승화
“농촌공동체에 뿌리 둔 유토피아 지향”

사천 출향인이면서 오랫동안 교육민주화운동에 힘써온 김민곤 선생이 정년퇴임을 목전에 두고 시집을 냈다. 작은숲출판사가 펴낸 <우포 주막>.

김민곤 선생은 ‘얼숲’(=페이스북)에서 특유의 화법으로 세태를 비판·풍자·조롱하며 이른바 ‘친구’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논리정연 한 비판에 사람과 세상을 향한 애정을 녹여 담았다고나 할까. 김 선생은 시집에서 “그러다가 이왕이면 ‘소리 놀이’로 놀아 보자”라고 마음먹고 200여 편 시를 썼노라 밝히고 있다.

시집 <우포 주막>은 시인의 어릴 적 고향에 관한 기억에서부터 교육 현장에서 겪은 일화, 세상을 향한 쓴 소리까지 다양하게 버무려 놓았다. 때론 고향 토박이말 억양을 고스란히 살려 정겨운 느낌도 준다.
시인 김진경은 이 시집의 해설에서 작품 ‘두레’를 언급하며 “훼손되지 않은 농촌공동체에 뿌리를 둔 유토피아 지향”이라고 김 선생의 시심(詩心)을 정의했다. 시 ‘두레’에는 1950년대 말 김 선생의 눈에 들어온 고향마을 길쌈 풍경이 담겼다.

“.... 참새미 개울가에 걸어놓은 큰 삼 솥에 / 집집이 돌아가며 삼을 삶을 때 / 우리 고이 벗은 것들은 / 껍질 벗긴 제릅대로 제웅을 만들거나 / 총싸움 칼싸움도 벌였다. //(중략)// 짧은 여름밤 모깃불 자욱이 피워 놓은 마당에 / 두런두런 동네 이웃 질고 마른 이야기 두루 나누며 / 달그림자가 기어들 때까지 / 두레를 했다. // 사람들 모여 사는 동네가 거기 있었다 / 새벽 종 새 아침 새마을이 오기 전에는.”

김민곤 선생은 1953년 사천시 사남면 화전마을에서 태어나 서울대 사범대학을 거쳐 1979년 프랑스어 교사가 됐다. 1986년 교육민주화운동의 촉매가 되었던 ‘교육민주화선언’의 선언문을 직접 썼고, 시 ‘교육 민주화를 위한 비나리’를 짓기도 했다. 지난 2월 29일자로 정년퇴직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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