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 이야기

▲ 영화 포스터.

영화제작사에서는 한 편의 영화를 완성시켜 놓고도 노심초사 가슴을 부여잡고 졸인다. 언제 개봉을 할 것인가, 개봉시기를 조율하기 위해서이다. 마음 같아서는 여름휴가 시즌, 추석연휴, 크리스마스 시즌과 같이 관객이 몰리는 시기에 개봉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관객이 보장된 이런 기간에는 헐리웃 블록버스터나 대작영화가 기다리고 있다. 이번 5월 연휴시즌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와 <보스 베이비>와 한국영화가 맞붙었으니 선방이라도 하면 다행이다 싶었건만 의외로 승자는 <보안관>이었다.

시놉시스만 보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멸치로 유명한 부산 기장을 배경으로 과잉수사 때문에 잘린 전직 형사가 우리나라에는 있지도 않은 보안관이 되어서 마약사건으로부터 고향을 지키려 좌충우돌하는 게 전부다. 과연 재미있을까 싶지만 코믹수사극이라는 서브 장르로 멋지게 돌파해 냈다.

우리나라의 역대 흥행작 가운데 상당수는 묵직한 범죄스릴러이며, 의외로 코미디 장르는 제작 편수에 비해 흥행 성적이 시원찮기 짝이 없다. 개그콘서트도 있고 SNL도 있는데 굳이 극장까지 가서 코미디를 보고 싶진 않다는 거다. 그런 점에서 <보안관>은 범죄스릴러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기본바탕은 코미디이니 아무래도 감점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호응을 얻은 건 캐릭터들의 향연과 추억을 되살리는 향수의 힘이다.

현재 극장에 함께 걸려있는 <특별시민>의 경우, 이름만으로도 경기 들릴 것 같은 배우들을 모아놓고도 엉뚱한 곳으로 휩쓸려가는 구성 탓에 아쉬움만 남은 반면 <보안관>은 그야말로 생동하는 캐릭터들로 빈약하고 부실한 이야기를 펄떡이게 만들었다. 흉내만 내는 어색한 경상도 사투리가 아니라 네이티브 언어를 쓰는 아재들의 ‘클라쓰’가 다른 개그는 어느 순간 아재파탈을 넘어 아재홀릭의 수준이다. 여기에 <영웅본색>을 보며 자랐던 중장년층의 감성까지 더해지니 세대가 어우러지는 가족무비로 변했다.

분명히 <보안관>은 단점이 많은 코미디지만 웃을 일 없는 요즘,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코믹영화라는 점에서 기꺼이 ‘좋아요’ 한 표를 던져도 아깝지 않다. 웃음으로 시작해서 감동으로 결말을 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 말아 먹은 영화가 그 동안 어디 한두 편이었어야 말이지. 극장 의자에 앉아 입에 팝콘 털어 넣으며 아무 생각 없이 실컷 웃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는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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