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포스터.

멀티플렉스극장이 생겼을 즈음 현재 흥행하는 영화는 물론이고 작품성 있는 영화, 독립영화 또는 저마다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다 자본논리에 의해 탄생한 블록버스터 영화가 개봉관의 두 개, 세 개, 네 개를 점령하면서 역시 섣부른 기대였구나…하고 탄식하고 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극장에 걸렸다는 그 자체가 대단해지고, 흥행 성적이 저조해 바로 내려오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게 됐다. 하지만 보고 싶은 영화를 시기에 맞춰서 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역시 크게 다가온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라면 그래도 다를 거라고 생각했건만, 대형 멀티플렉스극장이 밥줄 싸움을 이유로 외면하면서 일반 관객들은 <옥자>를 만나기 쉽지 않아졌다. 다행이라고 할지 개인적 사정으로 부산에 머무는 덕(?)에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화제작을 만나는 즐거움을 누렸다. 영화 한 편 보기 참 힘들다. 과연 칸 영화제를 들었다 놓은 판타지는 어떻게 펼쳐지는 것일까.

<옥자>는 복잡하게 보자면 한없이 복잡하고 단순하게 보자면 한없이 단순하다. 강원도의 산골 소녀 ‘미자’의 가족이자 친구인 슈퍼돼지 ‘옥자’를 데려가기 위해 미국에서 온 사람들이 찾아오고, 미자는 뉴욕으로 끌려간 옥자를 구하기 위해 험난한 모험을 하는 이야기다. 그 와중에 이해관계에 의한 온갖 욕심과 욕망이 더해지고, 여기에 봉준호 감독 특유의 유머코드에 동화적 색채까지 덧입혀지면서 영상은 더 한층 풍성해지고 재미있어졌다. 영화의 몸집을 불리는데 기여(?)한 바 큰 옥자의 CG 역시 군더더기 없다. 사랑스러운 애교까지 탑재한 옥자는 미자뿐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친근하며 귀엽다.

화제성이 큰 영화일수록 어렵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는 관객 개인의 몫이다”라는 다소 책임감 없는 멘트가 참 어울리는 영화다. 단순히 판타지로 받아들이면 기분 좋은 엔딩에 미소를 지을 것이며, 우리 사회의 역기능 또는 구조적 모순에 현미경을 들이댄다면 결코 가볍게만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다. 이것이 봉준호 식의 화법이자 문법이며,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는 결국 본인에게 달렸다. 물론 그 구분은 쉽지가 않다.

상영관을 찾아 힘겹게 삼만 리를 했다면,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후 등장하는 쿠키 영상을 놓치는 불상사는 없도록 주의, 또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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