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창섭 삼천포여고 교장 / 시인

지난 7월 3일(화) 11시 경남교육청에서는 경남교육가족과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 시민이 모여 ‘단원고 희생자 추모 261인 기억육필시記憶肉筆詩 전시 및 경남 교원 16인 추모전’ 개회식이 있었습니다. 「단원고의 별들 기억과 만나다」라는 주제로 4·16가족협의회와 4·16기억저장소가 주최하고 경상남도교육청이 주관하여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제주를 향하던 세월호가 맹골수도 해역을 지나다가 침몰하면서 귀한 목숨을 잃은 304명 중 단원고 학생 250명과 교사 11명을 추모하는 시와 추모그림을 소개하고, 그 뜻을 기려 우리나라가 평화롭고 안전한 삶의 터전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되새기는 것이 전시회를 갖는 의의였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단원고 2-7 허재강 학생의 어머니 양옥자 님의 시 낭송 그리고 4·16기억저장소 이지성 소장(단원고 2-3 김도언 학생 어머니)이 추모전을 여는 말씀을 하였습니다. 국악연주단 ‘오락’의 ‘내 영혼 바람 되어’라는 추모 연주는 경건하고 차분하면서도 애절한 분위기를 연출하였습니다. 

박종훈 경상남도교육감은 추모사에서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한 일이 없어야 하며 어른들은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새로운 환경, 새로운 교육에 적극 앞장서야 할 것을 피력했습니다. 아울러 단원고 2-1 한고운 학생을 추모하는 시(교육문예창작회 한상준 씀)를 착잡한 음성으로 직접 낭송하여 모든 이의 가슴에 응어리진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다독였습니다.

저 역시 교육문예창작회원으로서 추모시 ‘아빠와 딸은 새가 되었습니다’(단원고 2-10 김주희) 외 7편의 기억육필시를 쓴 연유로 행사에 참석하고 전시 작품을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자식을 앞세우면 부모 가슴에 묻는다 했던가요. 이 말이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인지 당사자가 아니면 누가 알 수 있을까요. 아이들 생전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몇 날 며칠 글을 쓰면서 종이 위로 떨군 숱한 눈물들은 유가족들의 삶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님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생사가 달린 중대 사안일지라도 남의 일이면 내 손톱을 찌른 가시만도 못 하다는 게 어쩌면 지극히 당연하고 현실적인 얘기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부닥친 문제라면 그래서 사람들이 무관심하거나 곧 잊기라도 한다면, 사람이든 세상살이이든 지금껏 겪은 시각과는 전혀 달라 보이겠지요. 티베트 속담에 ‘내일과 다음 생 중 무엇이 먼저 찾아올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유가족들에겐 어느 것이 먼저 오든 그게 과연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는 절박함이 남아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빚은 아픔을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 하여 그들만의 사연으로 치부한다면 이는 더불어 사는 사회의 모습이라 할 수 없습니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 했으니, 세월호가 남긴 교훈적 상처를 잊을 수는 없겠지요. 과거 우리 선조들이 남긴 아름다운 풍속 ‘품앗이’가 정서적으로 새삼 그립고 필요한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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