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창섭 삼천포여고 교장 / 시인

사람들의 다양성을 가리킬 때 흔히 십인십색(十人十色)이라는 말을 씁니다. 개인의 성향이나 언행이 그만큼 다르고 풍부하며 또 강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 흐름을 채 소화시키기도 전에, 새로운 것을 수용하거나 자신 의지와는 무관하게 휩쓸려야 하는 4차 산업혁명 사회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란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네트워크와 함께 작동하는 초연결성과 사물에 인지 능력을 부여하는 초지능성 그리고 인공지능기술과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3D 프린팅, 로봇공학, 나노기술, 드론 무인 운송수단 등 여러 분야의 혁신적인 기술들과 융합함으로써 더 넓고 새롭고 더 빠른 속도로 경제, 사회가 진화하는 혁명의 세계로 나아감을 뜻합니다.

그런 연유로 현대인의 기지와 감각이 더욱 빛을 발하는 근자에 이르러서는 십인이십색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한 사람이 한 영역에만 머물러 재주와 능력과 끼를 뽐내는 게 아니라, 다채로운 내적 성장을 꿈꾸고 고민하며 연구하는 생활을 쫓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덩달아서 감정의 표출도 뚜렷한 개인차를 드러내며 예측하기 어렵고 훨씬 무궁무진한 방향으로 진로를 변경하고 있습니다. 삶의 질을 바꾸려는 몸부림은 주야를 가리지 않고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지요.

생활의 편리와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서 우리 모두는 즐겁고 기쁘고 행복해야 함이 마땅하겠지요. 하지만 이 시점에서 불현듯 과연 그러할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작금의 상황 속에서 자칫 우리는 중요한 것을 잊는 건 아닌가 회의가 듭니다. 
 
‘뒷간에 갈 적 마음 다르고 올 적 마음 다르다(여측이심如廁二心).’ 요즘 제가 자주 되뇌는 속담입니다. 급하고 아쉬울 때 하는 행동과 일을 해결한 후의 행동이 크게 다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숨은 뜻을 넓혀 헤아린다면 ‘뒷간 갈 적 마음’은 ‘겸손’이요 ‘올 적 마음’은 ‘오만’이라 하겠지요. 겸손은 자신을 최대한 낮추고 아는 게 있어도 잘 드러내지 않음을 말합니다. 예의를 갖춰 정성스럽게 나누는 인사는 보기에도 참 흐뭇합니다. 오만은 젠체하며 남을 업신여기는 태도가 있음을 이릅니다. 고개를 숙이기는커녕 뻣뻣하게 몸을 곧추세우고 웃음에는 오랜 가뭄이 들어 알은체나 할까 걱정입니다.

여러 사람들과 만나 많은 말을 섞다 보면 자꾸 뒷간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하루의 끝자락에 서서 남의 사례를 탓하기보다 제 자신을 반추해 봅니다. 좋은 길을 갈 때와 나쁜 길을 갈 때에 길이 주는 상징적 의미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생각의 저울을 잘만 다룬다면 불평하고 불만 가질 게 무어 그리 있겠습니까.

행여 상대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비난을 일삼는다면, 순간 기분은 풀 수 있을지언정 정신적 가치를 드높일 수는 없습니다. 타인이 품고 있는 그 ‘올 적 마음’의 오만함을 버리거나 나무라지 말고, 오히려 배우기와 깨닫기의 지침으로 삼는다면 ‘사람됨’에 한층 다가설 수 있겠지요. 미래를 보는 혜안을 얻는 길이기도 하니까요. 가진 자, 높은 자, 있는 자, 누리는 자 그들에게 고합니다.

“자신을 에워싼 무지의 가시 울타리를 걷지 아니하고 목살에 누더기처럼 발린 오만한 힘을 빼지 않는다면, 이내 뭇사람들로부터 ‘똥 친 막대기’ 취급을 당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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