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초교 학생들, 손수 심고 키운 벼 수확.. ‘귀한 농사체험’

경남 사천 대방초등학교 어린이들이 16일 손수 키운 벼를 베어 탈곡하고 있다.
파란 하늘 아래 따사로운 햇살이 퍼지는 게 벼 베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런데 벼 베기가 이뤄지는 곳은 논밭이 아니라 한 초등학교 운동장 옆이다. 그리고 어린 농부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낫을 들었다.

이 풍경은 16일 오전, 사천시 서동에 있는 대방초등학교에서 볼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농사체험 기회를 주기 위해 지난 6월11일 심었던 모가 어느 새 자라, 이날 수확한 것이다.

당시 모내기는 사천시농업기술센터가 제공한 100개의 플라스틱상자에 나눠 이뤄졌다. 학교 가까운 곳에 논이 없어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방법이었다.

비록 너른 들판은 아니었지만 벼는 잘 자랐다. 그야말로 무농약에 친환경이다. 잡초는 우렁이에게 맡겼다고 한다.

이날 대방초등학교 아이들은 난생 처음 낫을 잡아 봤고, 긴장된 표정으로 벼를 벴다. 제 몫은 이름표가 붙은 플라스틱상자 1개의 절반.

낫을 든 모습이 불안해 보이지만 저마다 제 몫은 거뜬히 해냈다.
아이들은 벤 벼를 들고 곧장 탈곡기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한 번 침을 꼴깍 생겨야 했다.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쇠가 박힌 큰 원통에 벼를 갖다 대어야 하기 때문이다.

“손에 힘을 주고 꼭 쥐어라”는 주의를 선생님으로부터 여러 번 들었지만 돌아가는 탈곡기 힘에 부치는 듯 벼를 놓치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 탈곡기는 1980년대 초반까지 쓰였던 일종의 수동식 탈곡기다. 옛날식 수동 재봉틀처럼, 발판을 밟으면 원통이 돌아가고 여기에 가시처럼 돋친 쇠가 알곡을 털어내게 된다. 원통이 돌아가며 ‘가롱가롱’ 또는 ‘와롱와롱’ 소리를 지른다고 해서 ‘가롱기’ 또는 ‘와롱기’라 불렀던 기억이 있다.

수동식 탈곡기 옆에는 더 오래전에 쓰였던 재래식 탈곡기가 있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샀다. 이름은 ‘훑개(=벼훑이)’다. 사천지역 어른들은 ‘홀깨’라고 발음했다. 거친 톱니처럼 생긴 철물에 이삭을 끼워 당기면 알곡이 떨어진다.

아이들은 이 모든 경험들이 마냥 즐거운 모양이다. 볼에는 땀이 흘렀지만 표정은 밝았다.

이날 사용된 탈곡기는 모두 옛날식이다. 아이들이 훑개를 이용해 낟알을 떨어내고 있다.
그나저나 학교 운동장 한 편에 벼를 심어 아이들에게 농사체험을 시키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한 걸까?

이 모든 생각은 대방초등학교 공기덕 교장으로부터 나왔다.

“요즘 농민들이 많이 어렵다고 한다. 다른 산업에 농업이 밀려난 결과다. 비록 지금은 외면 받지만 농업은 더욱 사랑받아야 마땅하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이 이런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경험하지 않는데 사랑할 수 있을까? 알아야 사랑할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농사짓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

공 교장은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가능한 한 농사 경험을 많이 주려 노력하고 있었다. 상추와 고추 등을 아이들과 직접 키워 점심시간에 내놓는가 하면, 연말이면 직접 재배한 배추와 무를 이용해 김치도 담근다. 심지어 장 담는 법도 보여줄 생각이다.

“아이들이 농사짓는 경험을 한다고 다 농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을 못한 아이들에 비하면 농사를 바라보는 안목이 다를 것이 분명하다. 혹시 아는가. 저 아이들 중에 저명한 농업학자라도 태어날지.”

대방초교 공기덕 교장이 학생의 탈곡을 돕고 있다.
그런데 아이들이 선생님의 이런 뜻을 얼마나 헤아릴까?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체험을 마친 한 아이의 말이다. 어쩌면 이 말 속에 공 교장을 비롯한 대방초교 선생님들의 기대와 바람이 다 녹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기계가 순식간에 해치우는 요즘, 노동의 고달픔을 깨달은 것도 큰 수확이다.

대방초등학교는 이날 수확한 벼를 찧어 떡을 만들어 먹을 계획이다. 아이들에게는 또 떡메치기 체험을 해볼 좋은 기회인 셈이다.

대방초등학교 학생들이 키운 친환경 유기농 벼다.


사진으로 보는 대방초교 벼 베기와 타작

공 교장이 아이들과 함께 타작하는 모습.


벼훑이를 이용해 탈곡하는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아이들.


낫질이 서툰 듯, 벼를 손으로 뜯고 있다.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이마와 볼엔 금새 땀이 맺혔다.


벼 베기가 끝난 플라스틱 논. 1상자를 학생 2명이 담당했다.

원어민 교사도 벼 베기와 타작에 동참했다.

한 선생님이 키를 쓰고 소금 얻으러 다녔던 기억을 들려주자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모습.

학교 안 텃밭. 김장에 쓰일 배추가 한창 자라고 있다.

대방초교 벼 베기는 전교생이 돌아가며 동참해 오전 내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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