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요금소·국가산단 명칭 변경 주장에 사천시 엄중 경고

진주시가 고속도로 ‘사천요금소’ 이름을 ‘사천·남진주요금소’로 바꿔 달라고 한국도로공사에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사천 자료사진.
진주시가 고속도로 ‘사천요금소’ 이름을 ‘사천·남진주요금소’로 바꿔 달라고 한국도로공사에 요청하자 사천시가 발끈하고 있다. 또 사천과 진주에 걸쳐 조성될 예정인 국가산업단지 명칭을 두고도 의견이 달라 자칫 ‘이름전쟁’에 빠져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사천시는 19일 오후 각 언론사에 긴급 보도자료 하나를 발송했다.

“진주시, 사천지역 시설에 진주명칭사용 억지 주장” “사천-진주통합에 찬물”이란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사천시는 고속도로 요금소 명칭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는 진주시를 향해 “사천시민의 자존심에 관한 문제로, 시민의 강력한 저항과 지역 간 갈등 문제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 주장하며 엄중 경고했다.

사천시에 따르면, 진주시가 지난 9월3일 한국도로공사에 사천요금소의 이름을 사천·남진주요금소로 바꿔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는 소식을 최근 접하고 이를 확인했다.

이후 진주시에는 구두로 명칭변경의 부당성을 전달했는가 하면 한국도로공사에는 비슷한 내용을 공문으로 전달했다.

진주시가 요금소 명칭변경을 요구한 배경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진주-마산고속도로 확장공사 과정에 사천요금소가 500미터 쯤 올라가면서 램프의 일부가 진주시에 걸친다는 데 있다. 또 진주정촌산업단지를 안내하려는 목적도 함께 깔려 있다.

진주시의 이런 주장에 사천시는 “사천IC의 위치가 사천시 축동면 사다리 104번지 일원에 자리하고 있으며, 주된 지명을 IC명칭으로 정하는 한국도로공사에서 이미 정하여 사용 중”임을 강조하며, “도로 이용자 입장에서 봐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도로공사 진주-마산건설사업단의 한 관계자는 “사업단에서 최종 결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현재로선 굳이 이름을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도로공사의 이 같은 입장으로 볼 때 고속도로 사천요금소의 명칭 변경 문제는 진주시의 뜻대로 쉽게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하면 두 지자체에 걸쳐 새로이 조성될 국가산업단지 명칭을 두고는 조금의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사업구상단계에 있는 '사천.진주항공부품소재국가산업단지'와 관련해 진주시가 진주 명칭을 사천 앞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해, 사천시가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경남사천항공우주엑스포 장면. - 뉴스사천 자료사진.
사업구상단계에 있는 이 산업단지의 최근까지 이름은 ‘사천·진주항공부품소재국가산업단지’이다. 그러나 진주시가 관련 기본설계연구용역 사업비를 책정하는 과정에서 산업단지 이름에서 진주를 사천 앞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것이다.

연구용역비는 모두 12억 원. 경남도가 6억, 사천시와 진주시가 3억씩 담당하기로 했지만 진주시가 명칭문제를 제기하면서 예산확정을 결정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얼마 전 경남도가 중재에 나섰지만 두 지자체의 엇갈린 견해만 확인했을 뿐이다. 20일에는 중재를 위한 2차 간담회가 잡혀 있지만 어떤 결론이 날지는 미지수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자체 이름을 아예 빼자는 제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사천시는 반발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동안 항공산업을 사천의 핵심 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공을 들인 바 적지 않고, 이번 국가산업단지 조성 제안도 사천시가 주도해왔기 때문이다.

진주시가 산업단지 명칭을 ‘진주-사천’으로 가져가자는 근거는 직제 순에 있다. 경상남도가 정한 지자체별 직제 순서로 볼 때 진주가 사천에 앞선다는 것이다.

사천시는 고속도로 사천요금소, 국가산업단지와 관련한 진주시의 명칭 변경 요구에 대해 '억지주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사천시는 “직제 순은 이미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남 직제 순서는 당초 인구, 거리, 재정, 면적 등의 시 세력규모에 의한 단순한 조직 관리 차원에서 정하여진 것으로, 지금과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 예로 김해 양산 거제의 경우 직제는 진주 사천보다 밑에 있지만 도시 규모가 두 도시보다 앞섬을 들었다. 또 창선-삼천포대교 이름 결정 과정에서도 직제 순을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삼지 않았음도 강조했다.

사천시는 이런 근거들을 들며 “명칭변경의 타당성이나 근거가 전혀 없이 정치적인 목적이나 논리로 불필요한 명칭변경을 계속 제기하지 말 것”을 진주시에 요구했다.

진주시의 이번 명칭 변경 요구와 관련해 사천시 강의태 지역개발국장은 “통합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저의가 궁금하다”면서 이번 일에 사천시가 단호하게 대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이번 일 하나만으로도 진주시가 어떤 생각으로 통합문제를 바라보는 지 짐작할 수 있다”고 한 뒤 “이 문제로 지나치게 갈등할 필요도 없지만 전반적인 내용을 시민들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알린 것”이라며 언론에 보도자료를 낸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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