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사천] <나무도장>

▲ 「나무도장 」권윤덕 글. 그림 / 평화를품은책 / 2016 .

열세 살 소녀 시리는 집안 누군가의 제삿날 어머니를 따라 나선다. 어머니는 입구가 좁다란 동굴로 들어가 어딘가에 자리를 잡으며 10년 전 이야기를 시리에게 들려준다. 해방이후 미군이 들어오고, 관덕정에서 총소리가 난 뒤로는 육지에서 경찰, 서북청년단, 군인들까지 들어오면서, 수많은 제주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빨갱이와 빨갱이의 가족으로 몰려 억압과 탄압을 받으며, 제대로 된 재판도 받지 않은 채 학살이 되었다. 

주인공 시리이야기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실제 제주의 빌레못굴에서는 25명의 주민이 학살되었다. 경사가 급하고 가팔라 아이 엄마는 생후 7개월의 아이를 경찰에 건넸지만 경찰은 아이를 바위에 던져 무참히 살해했다. 작가는 차마 그대로 쓸 수가 없어 외삼촌이 시리를 살리는 이야기로 만들었다고 한다. 

작가는 이 책의 모티브가 된 희생자의 유일한 흔적인 나무도장을 따라 현장답사와 인터뷰, 철저한 고증을 거쳐 4.3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보고 정확하게 재현하기 위해 애썼다. 1948년을 담아내기 위해 돌 하나하나, 풀 한 포기에도 그날의 아픔을 마음으로 공감하고 주민들의 마음을 느끼고자 했다. 치밀한 조사와 모니터링을 거쳐 글과 그림으로 완성되기까지 2년 반이 걸렸다. 아이와 함께 어른이 읽으면 좋은 책으로 그림에 숨겨진 이야기가 수없이 많아 그림을 보면서 글을 읽으면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그림을 여러 각도로 해석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책은 제주 4.3의 아픈 상처를 환기 시키면서도 절망에 머물러 있지 않고 평화와 인권의 가치, 그리고 그것을 지켜줄 인간에 대한 희망을 풀어놓은 책이다. 알려지지 않은 아픈 역사를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 책은 단순한 그림책을 넘어 제대로 된 역사를 배우고 재해석할 수 있는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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