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배심원들' 포스터.

‘법’이란 것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고 존재해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가진 자들을 위해서만 기능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적어도 우리 같은 서민들의 생각은 그렇다. 그래서 가끔 약자의 편에 선 판사를 비롯한 법조인은 당연히 그들이 해야 할 일을 했음에도 다소 영웅적이거나 미담의 주인공으로 떠오르거나, ‘무전유죄 유전무죄’란 명대사가 오랜 세월이 지나도 효력을 잃지 않고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 <배심원들>은 2008년 도입된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을 소재로 한다. 어쩌다 첫 국민참여재판에 배심원이 된 나이도 직업도 입장도 제각각인 8명의 보통 사람들이 좌충우돌 함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새로운 법정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는데, 한 줄 감상평으로 정리하자면 충분히 신선하다.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그래서 쉽지 않은 장르인 법정극에 블랙코미디를 끼얹으니 검사와 변호사, 검사와 피고인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거나 머리싸움을 하는 법정극에 익숙해진 입장에서는 충분히 새로울 수밖에. 성공한 한국 법정 영화로 분류되는 <변호인> <의뢰인> <재심>과는 결이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미덕은 법이라는 무겁고 딱딱한 소재를 시종일관 유쾌하게 다룬다는 데 있다. 그러다보니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경쾌하고 매끄럽다. 극중 검사와 변호사의 역할이 제한돼 있고 우연이라는 영화적 장치가 다소 걸리적거리기는 해도 지금까지 무거웠던 법정극의 분위기를 가볍게 일신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좋다. 아무래도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평범한 나머지 임팩트 없고 주목도도 떨어지는 제목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데뷔작의 신선함과 데뷔작 같지 않은 노련함으로 영화의 리듬을 만들어가는 홍승완 감독의 솜씨는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법의 원칙을 중시하되 인간적인 판사 김준겸(문소리)과 ‘법알못’ 보통사람 8명이 바라보는 세상은 영화 속 대사처럼 “법은 사람을 처벌하지 않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법의 잣대는 누구에게나 공정해야한다. 사람 사는 세상의 상식이자 법이 존재해야 할 이유다. 그러나 사법농단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뉴스를 현실에서 들어야 하는 소시민의 입장에서는 과연 법이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영화는 꼭 법조인들이 단체관람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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