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

▲ 영화포스터

고등학생 스파이더맨이 유럽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이걸 핑계로 활약하는 공간적 배경을 확장시켰다. 그 동안 스파이더맨은 거미줄을 쏘며 뉴욕의 쭉쭉 뻗은 고층건물을 날고 기었는데, 나직하고 야트막한 유럽에서도 제대로 놀 수 있을까.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은 수학여행을 핑계로 공간적 배경을 유럽으로 확장시킨 덕분에 볼거리는 풍성해지고 액션은 더 역동적이다. 이 리듬 위에 유쾌함을 가미하니 꽤나 신선하다. 다만 아이언 맨의 뒤를 이어서 MCU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자랄 수 있을까하는 우려의 시선은 필연적이니, 그 부담감은 만드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클 수밖에 없다. 전작 <스파이더맨 : 홈커밍>을 한 줄로 정리하자면 히어로가 등장하는 학원 성장물이었고, 이런 미숙한 히어로가 충분히 성장통을 겪고 이젠 제대로 정체성을 찾았기를 기대하는 거다.

핵심은 소년이 어떻게 히어로가 되는가가 아니라, 이미 히어로인 소년이 어떻게 성장하느냐이다. 그 답으로 히어로물에 걸맞는 화려한 액션과 하이틴물에 빠질 수 없는 풋풋한 로맨스를 섞어서 영웅의 운명을 가진 소년을 성장으로 이끈다는 주장이다. 이 설정이 제법 설득력 있어서 생각만 해도 부담스러운 슈퍼 히어로의 중압감을 슬며시 이겨내는 폼이다.

사실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은 <어벤져스 : 엔드게임> 이후의 이야기인 만큼 토니 스타크의 부재가 영화를 관통하는 중요한 정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소년 스파이더맨의 슬픔, 그리움, 다짐 같은 감정을 공유하게 되는데, 제법 훌륭하게 이야기를 엮은 덕분에 영화가 끝나는 순간에는 스파이더맨이 왜 앞으로의 MCU를 이끄는 선두주자여야 하는지 공감하게 된다. 다분히 성공적.

히어로로서의 책임과 소년의 성장통은 얼핏 안 어울리는 조합이지만 <파 프롬 홈>은 영리하게도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했다. 특히 무거운 갑옷을 뚫고 나온 새싹 같은 신선한 힘을 보여주는데, 톰 홀랜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만큼 딱 어울린다. 스파이더맨 특유의 하늘과 땅을 자유자재로 잇는 활공 액션은 여전히 멋지고 증강현실 전문가인 빌런 미스테리오가 제공하는 환상은 속으면서도 매력적이다. 마블 첫 출연인 제이크 질렌할의 공이긴 한데, 그렇다고 욕심을 채울 만큼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않다.

첨언. 영화가 끝난 뒤 역대급 쿠키 영상이 2개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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