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돌아 설 수 없는 지점에서 무사히 통과해야 할 첫 번째 난관을 맞았다.
준비도 많이 했는데, 보여줄 게 너무 많은데 뜻하지 않은 복병(신종플루)으로 무대는 벌써부터 참 썰렁한 느낌이다. 거창한 헹가래가 없어도, 우리의 재롱을 아무도 지켜봐 주지 않아도 우리는 우리가 준비한 공연을 완벽한 모습으로,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넉넉한 마음으로, 조금은 간 큰 마음으로 시험장에 들어서야 한다.
정답 하나를 고르는 작은 선택이 인생을 좌우하는 큰 선택으로 연결되고, 단 한 번으로 인생을 결정짓는 노름판에서,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면 우리는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승리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늘 검증받고 있다. 부족할지라도 자신의 능력을 타인으로부터 검증받는 게 결코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무대에서 만족스럽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 준 사람은, 어깨를 펴고 호탕한 웃음으로 전쟁터에서 이기고 돌아오는 개선장군처럼 즐겁겠지만, 이번 공연이 고생의 끝에 선 것이 아니라 낙원의 끝에 서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제 다시 시작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작은 실수로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받게 될 삶의 쓴 맛은 이번 공연이 인생의 전부를 결정지은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나치게 낙담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시험이 끝난 후에도 따뜻한 향기가 있고, 사람 냄새가 나는 그런 제자를 만났으면 하는 마음이다.
시험 때만 되면 꼭 날씨가 추워진다. 불안, 초조, 두려움 등 심리적인 영향도 큰 이유일 게다. 아무튼 따뜻한 마음으로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서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