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주디'

'주디' 포스터.
'주디' 포스터.

배우들만큼 삶의 빛과 그늘이 선명한 직업군이 있을까. 영원한 도로시 ‘주디 갈랜드’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주디>는 이 불행한 스타의 인생 막바지를 들여다보면서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인생은 비극도 희극도 아닌 그저 존재하는 것, 살아가는 것임을 말한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로 무명의 아역시절을 털어내고 스타로 각광받기 시작한 주디 갈랜드. 사람들이 기억하는 방식은 무엇보다 <Over The Rainbow>다. 해맑은 소녀 주디 갈랜드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무지개 너머 어딘가를 듣고 보면서 사람들은 삶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삶은 행복하지 못했다. 불행한 삶으로 그녀를 밀어 넣은 것은 배우로서의 성공만을 바라는 생물학적 어머니와 세속적 성공만이 가치의 전부인 MGM 관계자들이었다. 

그들은 어린 주디에게 성추행, 성접대, 각성제까지 동원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취했다. 그 착취의 결과는 주디 갈랜드의 삶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고 결국 약물로 인해 47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사망한다. 다섯 번에 걸친 행복하지 못했던 결혼 생활과 성공 뒤의 슬럼프는 이 왕년의 스타를 더욱더 나락으로 몰아갔고 영화 <주디>는 그 나락의 끝자락에선 주디 갈랜드의 말년을 그린다. 

낙관과 우울, 절망과 희망을 오가는 주디 역할의 ‘르네 젤위거’는 좀 상상이 안됐지만 천상 배우는 배우라서 그가 그리는 인물과 비슷한 것이 아니라 그 인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임을 체현해 낸다. 아이 둘을 데리고 생계를 위해 싸구려 무대를 전전해야 했지만 무대 위에서는 여전히 빛이 나는 주디 갈랜드는 르네 젤위거라는 옷을 입고 되살아났다. ‘주디’라는 서사에 집중하다 보니 편집, 사운드, 음악은 오히려 평범한 편이다. 

근심은 레몬 사탕처럼 녹아버리고 파랑새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무지개 너머 어딘가 아름다운 나라에서 살고 싶은 요즘이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1929년에 촉발된 대공황 시기에 탄생했다. 너무나 힘겨운 삶을 잊고자 했던 이들에게 Oz가 희망이 되어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인생이 비극일수록 판타지가 어울린다는 건 맞는 말인 듯하다. 
주디로 분한 르네 젤위거에게 찬사를. 무지개 너머 아름다운 나라에 있을 영원한 도로시 ‘주디 갈랜드’의 안식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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