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20×15. 2020.
제발. 20×15. 2020.

(자조적인 표정으로) 견디기가 힘들어. 커피를 적당히 마실 걸 그랬어. 엄마 때문에 괜히 맛 들여가... 그게 뭐 좋은 거라고 홀라당 다 마셨더니... 난 차 타기 전엔 절대 커피를 마셔선 안 되는 인간이었어. 매번 이러면서... 내가 미쳤나 보다.

“아랫도리에 정신을 마비시키고 격렬하게 견뎌봐라.”

“근데 차 뒷자리에 빈 생수 통 있긴 한데, 마신 커피 양을 계산하면 넘칠 순 있다.” 

(반박할 힘도 없어) 그건 아주 극에 다다랐을 때요. 하지만 오늘은 생수 통이 필요할 수도 있어요.

“어디 도로 옆 빠져서 숲속으로 들어갈까?”

(체념하며) 그러시던가요. 대신 아무도 없는 숲으로... 진짜 아무도 없어야 해요.

“숲에 아무도 없을 수가 있나. 새가 보던 벌레가 보던 쳐다보는 눈은 많을 거다. 차라리 저기 보이는 전봇대가 훨씬 낫지.”

(비통해 하며) 악 정말 짜증나. 길바닥에다 내 자존심을 쏟아내야 하다니... 드디어 인간의 존엄을 포기한 것 같아. 그래도 싸고 나면 행복은 할 텐데 그쵸?

(얼굴빛이 백지장처럼 변하며) 엄마, 진짜 아무도 없는 숲으로 차 좀 빠져 주세요. 할머니 댁 아파트 들어가고 주차장 차 세우고 그랬다간 아마 엘리베이터 붙잡고 싸 버릴지도 몰라. 제발 숲으로... 지금 느낌으론 딱 10분이 마지노선이야. 

“아까 굴다리가 딱 적당했는데 엄마 말 안 듣더니...”

(힘 하나도 없이) 나 지금 병신 같은 짓을 했다고 후회하는 중이야.

(해탈의 경지) 준법 좋아하시네. 그래 준법이 어디 있어.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게 아니라 지켜서 있다는 말도 있다 아이가. 급한데 준법 따위가 뭐야. 엄마 아무데나 제발... 

평상시 악법도 법이라며 외치던 아들은 남의 창고 나무 우거진 곳에서 나오며 세상 가장 행복한 웃음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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