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1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1

[뉴스사천=우민재 삼천포도서관 사서] “남은 시간은 약 한 달일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는 치료를 모든 치료를 해봤지만 더 이상 방법이 없습니다.”

만약 병원에서 이 말을 듣는다면 어떨까? 앞이 무너지고 캄캄해질까? 아니면 지금까지 충분히 잘 살아왔으니 조금씩 마무리 준비를 시작할까? 아마 나는 전자의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직 해보고 싶은 것도, 못 해본 것도 많다. 

죽음이란 가깝고도 먼 존재이다. 항상 남의 일이라 생각했고, 저 멀리 지구 반대편의 이야기처럼 나와는 상관없는 것처럼 생각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비슷할 것이다.

그런 내가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면? 가정뿐이지만 뒷골이 오싹해진다.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에는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김범석 교수가 만난 암 환자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와 의사로서의 솔직한 속내가 담겨있다.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각자 다른 모습으로 남은 시간을 채워간다. 누군가는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담담하게 삶을 정리하고, 누군가는 시시각각 찾아오는 죽음을 미루기 위해 고집을 부리기도 하며, 어떤 이는 암을 이겨내고 다른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기도 한다.

그 곁의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사후 뇌 기증 의사를 존중하거나, 폭력적이었던 아버지를 외면하거나, 연인이 암 환자인 것을 알면서도 결혼을 선택하는 등 환자 곁의 사람들 모두 각기 다른 선택을 한다. 

저자는 말한다. “돌아가신 분들의 모습을 통해서 지금의 우리를 돌아볼 수 있다는 것, 그들의 죽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기억되는 죽음이라는 것, 나아가 누군가의 죽음이 어떤 이에게는 삶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책 속의 사람들의 모습에는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살고 있는 우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들이 보여주는 삶과 죽음에 태도는 우리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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