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운전면허 취득시험 간소화’에 운전학원업계 반응 ‘싸늘’

경찰이 '운전면허 취득시험 간소화 계획'이 오는 2월24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발표한 가운데 일선 운전학원들은 "기대만큼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찰청이 오는 24일부터 운전면허시험이 대폭 간소화 된다고 발표하며 대국민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일선 운전전문학원들은 제도변화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 학원 수입이 줄 것에 대비해 수강료 인상도 검토하는 눈치다.

경찰이 1일 발표한 ‘운전면허 취득시험 간소화 계획’에 따르면, 필기시험 전 1만2000원을 들여 3시간 동안 교통안전교육을 받던 것이 ‘무료 1시간 교육’으로 바뀐다.

또 기능시험에서 형식적이라는 비판을 받던 출발과 종료 시 방향지시등 작동, 철길건널목과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 이상 4개 항목은 평가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신호위반, 중앙선침범, 보행자와 어린이 보호 의무 위반 등은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탈락하도록 채점을 강화했다.

이밖에 면허시험장을 이용해 면허를 따는 사람들에게 미리 10시간 도로주행연습을 하도록 했던 규정이 사라지고, 전문학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15시간 들어야 했던 도로주행교육도 10시간으로 준다.

기능교육시간도 수동 20시간, 자동 15시간에서 수동 15시간, 자동 12시간으로 줄고, 반면 이론교육인 학과교육은 현행 1시간에서 5시간으로 늘어난다.

운전면허취득 간소화 소식으로 면허시험 응시 시기를 늦추는 사람들이 늘자 운전전문학원 관련 단체는 "제도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담은 홍보물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경찰은 이번 면허시험 개정으로 “응시자가 쉽고 저렴하게 면허를 취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현행 89만원 정도 들어가는 운전전문학원 면허취득비용이 최소 58만원으로 줄 것”이란 긍정적인 예측을 내놓고 있다.

경찰의 이런 주장에 일선 운전전문학원들은 전혀 다른 소리를 내고 있다. “기대만큼 면허취득비용이 줄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으며 수강료 인상 움직임도 내비치는 상황이다.

실제로 사단법인 전국자동차운전전문학원연합회는 최근 ‘운전학원 수강료 원가분석’을 전문기관에 의뢰했으며, 그 결과 유가 상승 등 수강료 인상 요인이 상당부분 발생했다는 결론을 받아 놓은 상태다.

따라서 제도 변화에 따른 수강료 인하 규모가 경찰의 예측 절반 수준인 15만원 선에 머물 것이란 게 일선 운전학원장들의 생각이다. 이는 지난 2007년 기준으로 작성된 현행 운전학원 수강료가 조만간 인상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운전학원계에서는 제도 개선 이후 전반적으로 면허시험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능교육과 도로주행교육 시간이 줄어든 점이 한 몫 하겠지만, 이른 바 기능시험 ‘T코스’를 후면주차가 아닌 전면주차 방식으로 통과해야 하는 것도 한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한 운전학원 관계자는 “수강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연습을 해보는데 보기보다 쉽지 않다”라며, ‘T코스’ 전면주차 통과가 운전면허 응시자들을 상당히 괴롭힐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합격률은 20%쯤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운전학원 관계자는 새롭게 바뀌는 제도 가운데 기능 'T코스'의 전면주차 방향전환 때문에 응시생들이 애를 먹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경찰은 운전전문학원들이 이번 제도변화를 반기지 않는 이유가 1인당 면허취득비용이 줄고, 상당한 응시생들이 바뀐 제도가 시행되는 2월24일 이후로 응시시기를 늦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어느 정도 사실에 가깝다. 실제로 일선 학원들에 따르면 지난 12월과 1월이 한 해 중 가장 많은 수강생들이 모이는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예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고 한다. 여기에 수강료 축소에 따른 수입 감소는 불 보듯 뻔한 얘기다.

그럼에도 운전학원계는 “그렇게만 보면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운전시험이 어려워지는 것이 “길게 볼 때 학원입장에선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세계적 추세에 반하는 방향으로 운전면허시험이 전락하고 있음을 경계하는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천에서 운전학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경찰이 발표한 ‘운전면허 취득시험 간소화 계획’을 이렇게 정리했다.

“젊은이들에게는 약이지만 나이 든 사람과 여성들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바뀌는 제도로 운전면허시험 변별력이 높아진다고 보고, 나이 든 사람과 여성들에게 더 부담될 수 있다는 풀이다.

'운전면허 취득시험 간소화'가 응시생들에겐 약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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