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일부 노동자 완전 해결, 벽강은 일괄 35% 지급

5일 오후, 보은ENG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체불임금이 통장으로 지급됐다는 소식을 듣고 얘기를 나누거나 전화를 걸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불거진 사천제2일반산업단지 내 조선업체 임금체불 문제가 일부분 풀렸다.

보은ENG 노사 양측에 따르면 임금체불로 노동부 진주지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던 노동자 20여 명에게 사측이 밀린 임금 전액을 5일 오후 4시께 지급했다. 이로써 그동안 밀린 임금을 달라며 완성된 부품 등이 회사 밖으로 못 빠져나가게 막았던 노동자들의 단체행동도 끝났다.

이날 숙소에서 임금 지급을 기다리고 있던 노동자들은 임금이 통장에 입금됐는지를 확인하고서야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면서 얼굴을 폈다. 하지만 하청에 재하청으로 몇 단계 나뉘어 있는 등 조선업계의 묵은 관행이 살아 있는 한 이 같은 일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며 씁쓸해 했다.

체불임금을 해결해 마음이 놓이기는 업체측도 마찬가지다. 보은ENG 김영필 대표는 “속이 후련하다. 이미지를 쇄신하고 남은 직원들과 함께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날 체불임금이 해결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다. 지난 1월20일, 강기갑 국회의원과 강명자 노동부진주지청장이 현장을 찾아 노사 양측을 만날 때만 해도 사측은 1월29일까지 모든 체불임금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체불임금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노사 모두가 설을 앞두고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사측은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사측은 다시 노동자들에게 공증까지 서 가며 “2월5일까지 밀린 임금을 모두 주겠다”고 약속했고, 이날 그 약속을 지킨 것이다.

그렇다고 보은ENG의 체불임금이 완벽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번에 마무리 지은 것은 임금체불 요구를 적극적으로 했던 노동자들의 몫이었고, 나머지 노동자들의 체불임금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업체측은 이날 “오는 12일까지 모든 체불임금을 해결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같은 날, 보은ENG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주)벽강조선공업 노동자들도 대부분 밀린 임금의 35%선을 지급 받았다. 원청업체인 SPP조선에서 압류 조치된 기성금 외 일부 자금을 푼 데 따른 것이다.

벽강의 한 노동자는 “이거라도 받아서 그나마 설이나 쇨 수 있겠다”며 위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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