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세월에도 변하지 않은, 그리고 또 변한...

설을 이틀 앞둔 사천의 한 떡집. 분주해 보이는 것이 '명절이 오긴 했는가 봅니다!'
명절이 다가오면 가장 바빠지는 곳 가운데 으뜸이 떡집입니다. 옛날엔 방앗간 또는 떡방앗간이라 불렀는데, 요즘은 방앗간 역할도 갈래갈래 나뉘어 떡을 전문으로 하는 곳을 따로 ‘떡집’이라 부르더군요.

어쨌거나 그렇게 바쁜 떡집엘 설을 이틀 앞두고 들렀습니다. 어떤 풍경일까 궁금해섭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리 넓지 않은 떡집엔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물에 불린 찹쌀에 쑥 밤 팥 등 갖가지 재료를 봉지나 대야에 담아 놓고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 이번에 나오는 떡이 자신의 것인지, 혹시나 남의 것과 바뀌지는 않는지, 쌀을 빻는 기계에서부터 김이 무럭무럭 나는 떡시루에까지, 눈을 쉬이 떼지 못합니다.

갓 쪄낸 떡에서 김이 무럭무럭..
물론 그들보다 더 바쁘면서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사람은 떡집 주인입니다. 전화통은 계속 울려대고 그 외 잡다한 기계소리, 이야기소리로 자칫 정신 줄 놓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손님들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듣고 그 입맛에 맞게 떡을 만드는 일은 주인이 해야 할 기본 중의 기본. 부부 주인장의 손발이 척척 맞습니다. 바쁜 와중에 기다리기에 지루해 하는 손님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손님들 순서도 눈여겨봅니다.

한꺼번에 몇 개씩 쌓는 떡시루의 주인이 누구누군지 꼼꼼히 살피는 일도 게을리 해선 안 되지요. 자칫 실수라도 하는 날엔 실랑이가 일 수 있으니 그야말로 ‘단디’ 해야 합니다.

떡집 풍경을 보고 있으려니 옛 생각이 절로 납니다.
오랜만에 떡집 풍경을 보고 있으려니, 문득 어릴 적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 땐 마을에 있는 방앗간에서 떡을 했는데, 손수레에 떡 재료를 싣고 할머니를 따를 때가 종종 있었지요. 그때야 떡도 많이 했고, 떡 하는 값도 쌀로 치렀기에 이래저래 짐이 많았습니다.

명절을 앞둔 방앗간은 몹시 붐볐습니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네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긴 줄을 이루기 일쑤였습니다. 그럴 때면 바쁘신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가시고, 저만 남아 차례를 지켜야 했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떡집 풍경도 많이 변했습니다.
부끄럼 많던 저는 그 시간이 꽤 힘들었습니다. 힘든 시간을 기다려, 제 앞에 두 사람 정도 남으면 집으로 달려가 ‘우리 차례가 다 되었노라’ 고했지요. 그러면 다시 할머니나 어머니가 방앗간엘 가서 마무릴 짓곤 했답니다. 한낮에 떡 하러 나선 길은 깜깜한 밤에야 끝났고, 저와 가족들은 그제야 뜨끈하고 쫄깃한 떡 맛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엊그제 일 같습니다만 벌써 삼십 년 더 된 일이네요. 그 때에 비하면 지금 풍경은 많이 다르지요. 이미 해 놓은 떡을 간단히 사는 이도 많고, 전화로 주문해 뒀다가 찾아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누군가 정성껏 보관했던 쑥을 가져왔나 봅니다. 맛있는 쑥떡이 만들어지고 있네요.
오늘 떡집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손수 재료를 준비해 떡방앗간을 찾는 사람들은 드문 편입니다. 이분들 덕에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옛 추억 한 자락 되찾는 느낌이네요. 고맙습니다.

뉴스사천 독자님들!
이번 설 건강하게 잘 쇠시고요, 맛있는 떡 해 드시면서 아름다운 이야기꽃 피우시길 빕니다.

바쁜 와중에도 사진기 들이대는 불청객을 너그러이 용서해주신 떡집 주인이십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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