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서문』/ 느티나무 /  35×68
『훈민정음 서문』/ 느티나무 /  35×68

[뉴스사천=월주 윤향숙] ‘형제의 나라’라는 별칭으로 익숙한 ‘터키’가 ‘튀르키예’로 국호를 바꿨다. 그 이유가 터키라는 영어식 발음 때문이란다. 터키는 칠면조라는 뜻이 있지만, 비겁자·패배자라는 속어로도 쓰여, 튀르키예인으로서는 오랜 숙제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과 경제적인 부담을 많이 들이면서까지 이번에 국호를 바꿨다고 한다.

튀르키예에서 서예인으로 활동하는 강애희 원장님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한-튀 수교 65주년 기념 전시회에 서각 작품 참여와 튀르키예 한국대사관 내 문화원 학생을 대상으로 서각 예술 강의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의미 있는 일은 목적을 두기보다 자연히 스며드는 현상 같다.

언어의 장벽이 매우 크지만, 사람이 하는 일은 다 통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어떠한 방법으로 그들에게 가장 한국인답게 다가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우선 전시회에 필요한 작품들을 챙기고 발표 자료를 만들면서, 훈민정음 서문을 새기는 일을 함께 시작했다.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와 서로 맞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이유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할 바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할 사람이 많다.
(생략)

훈민정음의 원문을 한글로 풀이한 책 ‘세종어제훈민정음’의 서문 일부다. 여기엔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과 창조 정신이 스며들어있다. 내가 독창적인 언어를 가졌음을 깨닫고 자긍심을 느끼는 원천이기도 하다.

​튀르키예에는 한국어문학과가 있는 대학교가 몇 군데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앙카라대학교인데, 여기서 훈민정음 서문 작품을 소장하겠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는 밤과 낮의 시간을 아껴, 느티나무가 자라나는 시간만큼 잠을 자며 작품에 매진했다. 몸의 에너지는 작품의 완성도와 비례했고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좋아서 하는 일은 육체적 피로감보다 정신적 긍정에너지의 편인 듯하다.

드디어 외교부 행낭으로 전시 작품을 보내고, 일정 외 움직일 물품을 세 개의 가방에 나누어 챙겼다. 사천에서 튀르키예 앙카라까지는 꼬박 하루가 걸렸다.

튀르키예는 생각보다 깨끗한 나라였고 무엇보다 한국처럼 인정이 있는 나라였다. 동양의 정서와 서양의 문화가 잘 어우러져, 그곳에 머무는 동안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다. 무엇보다 튀르키예에서 한국인의 딸로 한국문화를 전하는 강애희 원장님께 감사한 마음이다. 선생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 자세를 다시금 배웠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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