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킬링 로맨스

영화 '킬링 로맨스' 홍보물
영화 '킬링 로맨스'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이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부담스럽다. 줄거리는 있으나 각각의 이야기들은 각자 들로 산으로 바다로 제 갈 길을 간다.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지만 로맨스, 범죄 스릴러, 뮤지컬까지 규칙 없이 뒤섞인다. 흔히 이 경우 컬트 영화라는 표현을 쓰는데 <킬링 로맨스>와 맞아떨어지는 장르는 아니다. 한 마디로 그냥 제 갈 길을 가는 영화다. 그런데 밉지 않다.

영화는 대중예술이다. 다른 장르의 예술에 비해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예술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화를 두고 미술이나 클래식처럼 이해의 문턱을 높이지 않는다. 아무리 어려운 예술영화라도 ‘내 취향이 아니네.’라고 접어두면 그만인 경우가 많다. 반면 대중의 공감을 얻는 영화는 많은 사람의 취향에 부합하는 영화일 경우가 많다. 블록버스터, 천만 영화라고 불리는 영화들이 그렇다. 그래서 대중들의 기호와 거리가 먼 영화를 만드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킬링 로맨스>는 매우 용감한 영화다.

콸라섬의 재벌인 이선균, 발연기의 여왕 이하늬, 대책 없는 4수생 공명의 조합은 이 영화의 줄거리처럼 어울리지 않고 이질적이다. 그런데 그 충돌을 보는 재미는 상상 이상이다. 배우들은 각자의 캐릭터를 설득시키려 하지 않는다. 그냥 내려놓고 이 ‘대 환장’의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영화는 관객들을 설득한다. ‘이게 뭐야’라는 의문은 이 영화 ‘신선하네’로 바뀐다. 

<남자사용설명서>로 이름을 알린 이원석 감독은 <킬링 로맨스>를 준비하면서 엇박자 전개를 중요시했다고 한다. 실제로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나는 전개는 종잡을 수 없는 난감함을 선사하지만, 그보다는 신선함으로 다가오는 바가 더 크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을 때 주는 긴장감과 그 어떤 종류에도 속하지 않는 감정의 널뛰기는 그 자체로 새롭다. 생각도 이해도 다 접어두고 그냥 보다 보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자존심 상하게.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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