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서부 유월민주항쟁 36주년 기념식 열려…전시회 개막
사천 어린이 합창단 '꿈꾸는 청개구리들'이 문화 공연
전시회에선 묻혔던 ‘1975년 경상대 민주화 운동’ 소개
안기옥 씨 “개인 희생 잊지 않아야 역사를 제대로 기억”

유월 민주항쟁 36주년 경남 서부지역 기념식과 전시회에 참석한 이영주 전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과 오태열 사천중앙교회 담임목사가 옛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유월 민주항쟁 36주년 경남 서부지역 기념식과 전시회에 참석한 이영주 전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과 오태열 사천중앙교회 담임목사가 옛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6월 10일, 유월 민주항쟁 36주년을 맞아 경남 서부지역 기념식과 전시회 개막식이 진주에서 열렸다.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사천의 인사들도 함께해 그날의 기억과 뜻을 되새겼다.

유월 민주항쟁 36주년 기념식이 열린 곳은 진주에 있는 극단 현장 아트홀이었다. 사단법인 경남유월민주항쟁정신계승시민연대와 서부경남6월민주항쟁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행사를 주최했다.

기념식에는 1987년 6월에 있었던 민주항쟁과 이를 전후해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던 다양한 인사들이 참석했다. 사천에서는 이영주 전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과 오태열 사천중앙교회 담임목사가 함께했다. 이 전 원장은 당시 교사로서 교육 민주화 운동에 한창이었고, 오 목사는 서부경남민주시민협의회 공동대표를 맡아 활동했다.

유월민주항쟁 서부경남 자료 사진 전시회 포스터
유월민주항쟁 서부경남 자료 사진 전시회 포스터

이날 정현찬 경남유월민주항쟁정신계승시민연대 상임대표는 기념사에서 “군사 정권을 끝낸 주역들을 한자리에서 보니 반갑다”라고 인사했다. 이어 대통령 직선제와 탄핵제도 도입, 지방자치제 실현, 경제 민주화와 노동·농민·교육·문화의 변혁 운동 본격화 등을 유월 항쟁의 성과로 꼽으면서 “이러한 성과는 우리나라와 민족의 소중한 자산이며, 그 어느 개인이나 집단, 세대도 그 정신과 제도를 거스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유월 민주항쟁 관련 사진과 사료를 모아 전시회를 연 것을 두고는 “뜨거웠던 유월의 함성과 정신을 오늘과 미래에 이어가고자 했다”라며, “많은 시민이 관람할 수 있게 널리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정현찬 경남유월민주항쟁정신계승시민연대 상임대표의 기념사 모습.
정현찬 경남유월민주항쟁정신계승시민연대 상임대표의 기념사 모습.

기념사에 앞선 문화 공연 시간에는 사천의 어린이들이 눈길을 끌었다. 교육희망 사천학부모회 소속의 어린이 합창단 <꿈꾸는 청개구리들>의 노래와 몸짓에 참석자들이 환호와 갈채를 보냈다.기념식을 끝낸 행사 참가자들은 전시회장을 둘러봤다. 전시회는 <거꾸로 걷는 기억>, <시대를 마주하다>, <오늘날의 기록>이라는 세 부문으로 나뉘어 마련됐다. 특히 <오늘날의 기록>에선 1975년 4월에 있었던 경상국립대 민주화 운동의 기억을 되살렸다. 당시 운동에 참여했던 안기옥(농화학과 74학번) 씨의 ‘그대들과 나의 그 시간은…’이란 글을 소개한 것이다.

이날 교육희망 사천학부모회 소속 어린이 합창단인 '꿈꾸는 청개구리들'이 문화 공연을 했다.
이날 교육희망 사천학부모회 소속 어린이 합창단인 '꿈꾸는 청개구리들'이 문화 공연을 했다.

그의 글에 따르면, 1975년 4월 무렵에 유신독재에 맞서 전국에서 정권 퇴진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다 4월 11일, 서울대 김상진 학생이 항의의 뜻으로 할복했고, 다음 날 끝내 숨을 거뒀다. 추모 분위기가 전국으로 퍼지던 중 4월 24일 경상국립대의 한 강당에서도 추모식이 열렸다. 이어 학교 정문에서는 경찰과 대치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일로 이인희, 안광줄, 박세두, 안기옥 학생이 경찰에 붙잡혀 감금됐다. 대학은 이인희·안광줄에게 제적, 박세두·안기옥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이날 전시회장에서 만난 안기옥 씨는 “그때 일로 이인희 씨는 학업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국가와 권력이 한 개인의 삶을 무참히 짓밟아 버린 것”이라 했다. 그는 “연대기만 역사가 아니라 그들의 삶이 곧 역사”라며 “개인의 희생을 잊지 않는 게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1975년 경상국립대 민주화운동의 한 장면을 소개한 안기옥 씨.
1975년 경상국립대 민주화운동의 한 장면을 소개한 안기옥 씨.

이번 서부경남 유월민주항쟁의 기념 전시회는 진주 현장에이라운드에서 6월 30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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