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밀수

영화 '밀수' 홍보물
영화 '밀수'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퍼붓더니 이젠 폭염이 기승이다. 땡볕에 걷다보면 머리꼭지가 노릇노릇 익어가는 기분이니, 이처럼 살을 델 듯 더위를 뚫고 영화관을 찾는 이유는 시원한 쾌감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밀수>는 여름 휴가철 텐트폴 영화의 필수 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다. 시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미남미녀들이 나와서 시원하게 액션 활극을 펼치니 말이다.

캐스팅부터 화려하다.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등 혼자서 얼마든지 극을 이끌어 갈 배우가 주르륵 등장하는 것부터 기대치가 올라가는데, 무엇보다 연출이 류승완이다. 다양한 인물 군상이 모이고 어촌 마을이 졸지에 밀수의 본거지가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소동극을 깔끔하게 정리해냈다. 김혜수와 염정아 두 배우가 중심을 잡고 제대로 이끌간 덕이다.

사실 성별만 바꾼 케이퍼 무비가 아닐까 하는 우려는 버려도 되나, 하이스트 필름 특유의 쫄깃함을 기대하기에는 다소 느슨한 서사가 아쉽긴 하다. 그러나 류승완 감독은 액션에 진심이 아니던가. 중반 이후부터 후반까지, 특히 후반의 수중액션신은 엄지척이다. 스트레스 받지 않을 만큼 볼거리를 제대로 충족시켰다. 여성들에 비해 비중이 작은 남성 캐릭터들은 오히려 그 작음으로 인해 집중하게 만든다. 조인성, 박정민은 여전히 건재하고 멋지다. 더불어 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특유의 정서도 좋은데, 요즘의 레트로 감성을 고려한다면 김추자와 산울림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음악적 감성이 아닐까 싶다. 

<밀수>는 욕심 부리지 않고 통쾌한 쾌감을 향해 질주하는 전형적인 여름 영화다. 류승완의 영리한 연출은 모든 관객을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최소한 돈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게 만든다. 오락영화 더도 덜도 없이 이 정도면 충분하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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