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잠

영화 '잠' 홍보물
영화 '잠'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현대인들 모두가 아침에 눈 뜰 때마다 ‘조금만 더 잤으면~’ ‘푹 자고 개운하게 일어났으면~’을 외친다. 이런 수면 장애 환자가 매년 8%씩 증가하더니, 10년 전에 4,800억 원이던 슬리포노믹스 시장이 현재 3조원이란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일생에 3분의 1은 자야하는데, 잘 자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으랴. 그런데 만일 잠을 잔다는 것이 공포가 된다면 어떨까? 신인 감독의 데뷔작 <잠>은 공기만큼 익숙하고 친숙한 ‘잠’을 소재로 끌어와 호러로 형질 변환시킨 기발하고도 영리한 작품이다.

<잠>의 공간적 배경은 안락한 보금자리, 주인공은 곧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는 행복한 신혼부부다. 그리고 그 안전함을 비트는 데서 공포가 시작된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 가장 편안한 공간을 믿을 수 없을 때 행복은 수직하강으로 불행으로 바뀐다. 그 과정을 치밀하고 정확하게 계산해서 긴장을 배치하고 재미를 포획하게 만든다. 새로울 것 없는 장르와 소재를 신선하게 만드는 것은 연출력과 계산된 연출에 딱딱 부합하는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력이다. 특히 공포가 진행됨에 따라 피폐해지는 정유미의 얼굴은 압권이다. 

상업영화는 스케일이 크고 완성도가 높은 것도 좋지만, 뭐니 뭐니 해도 재미있는 것이 가장 큰 미덕이다. 그리고 늘 보던 클리셰로 범벅된 재미 말고 신선함이 더해지면 영화는 재미있다고 입소문 타는 법인데, <잠>이 딱 그렇다. 무엇보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가장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첫 연출작이지만 필드에서 다져온 감독의 맷집과 패기가 영화에 오롯이 드러난다. 늘 그렇지만 입봉작이 성공적이면 다음 영화는 기다려질 수밖에 없다. 공포가 아닌 다른 장르여도 좋을 듯하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이 영화 매력적이다. 얼마 전까지 줄지어 개봉했던, 사방에 피 칠갑을 하고 비명과 욕설과 크리처로 도배한 호러 아닌 호러 영화 제작진들에게 교보재로 꼭 추천해야 한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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