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천=조평자 사진작가] 계절이 바뀔 때, 가슴 한가운데로 심장이 불러들이는 이름이 있다. ‘엄마’.

엄마라는 이름을 얼마나 부르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게 가을은 엄마를 데리고 우리 곁으로 왔다. 구월은 마치 특집처럼 엄마를 위한 사진을 많이 만들었다. 

오래된 미니 액자를 들고 오신 고객은 바래져 가는 50년 된 흑백사진 속 엄마의 얼굴에 색을 입히고 싶어 했다. 스카치테이프로 감아놓은 부러진 액자를 열어 보니 엄마의 상반신 모습이 잘 드러났다. 무명 저고리에 옷고름 맨 앞섶이 다 보이는 사진을 바라보면서 ‘따뜻한 엄마 품 안으로 파고드는’ 느낌을 받았다. 

지갑 속에 간직한 포켓사진으로 엄마 영정사진을 준비하는 고객도 있었다. 증명사진을 찍으면 이미지 사진 한 장을 보너스로 뽑아 주곤 하는데, 장수 사진 촬영 시기를 놓쳐 마땅히 쓸만한 사진이 없어 난감할 때 그 사진이 도움 되는 것 같아 좋았다. 굳은 표정을 조금 미소 짓게 하고, 뽀글뽀글한 파마를 볼륨 있게 잡으니 더 예쁜 엄마가 되었다. 고객도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건강검진에서 뱃속에 뭐가 보인다고 ‘사진도 찍고, 맛있는 것도 잡수시고, 여행도 많이 하시라’는 의사 선생님의 당부가 있었다는 모녀 고객을 만났다. 한복을 입혀 엄마의 영정사진을 찍어드리던 딸은 안경 밑으로 손을 넣어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내가 바쁘게 일하는 한낮 내내 안집에서 혼자 누워만 계시는 엄마를 살피러 갔다. 반갑게 손을 흔들어 반기는 엄마의 손을 쓰다듬어드렸다. 바쁜 나를 이해하면서도 방문이 열리기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이 방에 누워만 계셔도 좋은 엄마가 안 계신다면 나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서 무엇부터 하지? 살짝 슬퍼지려 할 때, 삼천포 용궁수산시장에서 회를 뜨는 쾌활한 엄마 5인방이 오셨다. 회칼을 내려놓고 며칠 동안 제주도로 떠났다가 오는 길이라고 했다. 숭어 떼처럼 튀었다가 파도처럼 돌아올 때 차오르듯 넘실대며 이끌려 온 것들이 사진 속에서 아름다웠다. 활짝 핀 수국, 하늘을 품은 수평선, 초록 차밭, 배꼽으로 웃고 있는 돌하르방, 식물원을 돌아 나오다가 우연히 만난 공작새…. 그중에 화산석 돌탑 아래 앉은 통나무횟집 엄마의 인상적인 한 컷.

그래 맞아! 내가 예쁜 건 엄마 탓.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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