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난투극을 하다가 어느새... 날이 새 버렸다?!”라는 제목의 영상 화면.
경찰청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난투극을 하다가 어느새... 날이 새 버렸다?!”라는 제목의 영상 화면.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난투극을 하다가 어느새... 날이 새 버렸다?!”

이런 제목의 영상 하나가 최근 경찰청 유튜브 채널을 뜨겁게 달궜다. 10월 13일에 올라온 이 영상은 사흘이 지난 16일 현재 47,620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데 이어 댓글 148개가 달리는 등 누리꾼들의 눈길을 끌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MBC, SBS, JTBC 등 내로라하는 공중파 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에서 이 영상을 인용한 뉴스를 내보내면서 사천이란 도시가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MBC 보도 영상은 유튜브에서 142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댓글도 5천 개 넘게 달렸다.

경찰청이 올린 영상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이른 새벽에 한 경찰서 지구대 마당에서 서로 지인으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몸싸움까지 하며 다퉜다. 근무 중이던 경찰관이 싸움을 말리며 원인을 물었더니 한 여성의 사라진 가방이 발단이었다. 그런데 가방의 행방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으니, 이들에게서 술 냄새가 심하게 풍겼다는 것. 이들은 조금 전 차를 버젓이 몰아 지구대로 들어왔으니, 꼼짝없는 음주 운전 혐의자. 실제로 음주 검사를 하니 운전면허 취소 처분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혈중 알콜 농도가 나왔다. 경찰은 운전자를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검거했다.

매우 우스꽝스러운 상황임에 틀림이 없다. 이는 줄을 잇는 댓글로도 확인할 수 있다. 제 발로 찾아와 검거되니 모범 시민이라는 둥, 음주 콘서트를 잘 봤다는 둥, 마음이 따뜻해지는 교훈적 영상이라는 둥, 대체로 영상 속 인물들을 비꼬거나 꼬집는 내용이다.

재밌다. 음주 운전자가 경찰서 지구대로 직접 찾아가 붙잡힌 꼴이니. 많은 이들에게 음주 운전의 위험과 부적절함을 알리고 경각심도 일깨웠으리라.

그러나 한편으론 씁쓸하다. 경찰청의 해당 영상에 ‘사천’이란 지자체 이름이 들어가서다. 경찰청 영상에 장소가 드러났으니, 언론사의 영상 뉴스에는 훨씬 강조되어 퍼졌다. 온 국민에게 사천 전체가 우스꽝스럽게 비치지나 않을까 모르겠다.

장소가 드러났으니, 사천 사람들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주인공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도대체 누가 사천과 사천 사람들 망신시키고 있느냐고. 누군지 알지 않느냐고 신문사로 직접 전화하는 이도 있다.

꼭 이래야 했을까. 장소를 굳이 드러내지 않고도 이 사건에서 얻을 교훈을 국민과 공감할 수 있었을 텐데. 더욱이 이 사건은 한 달도 더 지난 9월 12일에 일어났다. 영상 속 주인공은 음주 운전에 따른 법의 심판을 이미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더 무겁게 바라보는 대한민국 경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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