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경상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재원 경상대 생명과학부 교수

[뉴스사천=김재원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명예교수] 초등학교(정확히는 국민학교) 다닐 때 ‘실과’라는 과목에서 덴마크라는 나라에 대해서 배웠다.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주된 산업은 농업이었고 덴마크는 낙농업으로 성공한 유럽의 아주 작은 나라지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나라가 작아도 농업으로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본보기로 교과서에 소개되었다. 초등학교 때 배운 정보 이외에는 거의 아는 게 없던 나라에 분석기술을 배우려고 덴마크의 오덴세 대학을 방문하게 되었다. 수도인 코펜하겐에서 기차를 타고 도착한 오덴세라는 도시에 대해서도 전혀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중앙역 근처에 있는 여행 안내소에서 안내 책자의 겉표지에 ‘오덴세, 안데르센의 도시’라고 적힌 이유도 알지 못 하였다. 출장 목적이 오덴세 대학에서의 훈련이 먼저였기에 정신없이 며칠을 지내다가 그곳이 유명한 동화작가인 안데르센이 태어나 자란 도시란 것을 알고는 나의 무지함에 실소가 나왔다. 덴마크와 낙농업은 연관 시킬 수 있었지만 안데르센과 인어공주의 고향이란 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오덴세 대학의 시설과 연구 내용이었다. 부러운 것은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연결시키는 시스템이었는데, 마치 속이 꽉 찬 배추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덴마크의 언어가 있음에도 대학에서의 연구와 강의는 모두 영어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다른 나라 혹은 문화권과의 연구소통 능력을 대학에서부터 길러주는 의미를 두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의 연구 지원 시스템 설명을 들을 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지금으로부터 한 20년 전의 기억이다.

총인구가 591만 명 정도의 소국인 덴마크의 기업, 노보노디스크라는 회사가 요즘 자주 회자되고 있다. 이 회사는 약 100년 전에 설립되었는데, 그동안 당뇨 등 대사 질환에 관련된 치료제를 주로 개발한 회사이다. 전 세계 당뇨병 치료제의 시장 점유율 30%를 가지고 있으니, 대단한 기업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하던 약물을 기반으로 재창출하여 비만 치료제를 2014년과 2021년에 출시하였는데 품목당 매출액이 매년 1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2025년까지의 판매전망치가 연간 37억 달러 이상인데 이를 환산하면 우리 돈으로 4조 6000억 정도에 달한다. 지금 물건이 없어서 못 팔정도라는 이 약품으로 인하여 덴마크에 엄청난 돈이 밀려들고 있어 이를 정부가 감당해 내지 못할 정도라는 소식이다. 유로화가 덴마크 은행으로 밀려들어오니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는데, 금리를 낮추자니 상대적으로 이율이 높은 주변국으로 유로화가 빠져 나가는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하나의 기업에서 성공한 바이오제약의 제품 때문에 한 나라의 금리까지 움직여야 할 판이다. 참으로 부럽지 않은가?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수준을 가늠할 때는 논문의 수를 비교하곤 한다.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논문지수는 창피할 정도로 낮았다. 소위 IMF 시대가 끝나고 우리 정부에서는 R&D 예산을 늘려가기 시작했는데 가장 최근의 통계를 보면 논문 순위가 세계 10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매우 다행인 일일 뿐 아니라, 우리도 덴마크처럼 어마어마한 결과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란 기대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뉴스를 보면 대통령이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내년 예산을 20%를 삭감하는 안을 제출하였다 한다.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어쩌면 삭감된 예산안에 우리의 가대와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가슴 한편이 휑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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