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경상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재원 경상대 생명과학부 교수

[뉴스사천=김재원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명예교수] 몇 년간 코로나19를 겪어서인지, 미생물이 일으키는 질병 뉴스만 나오면 자연스레 관심이 간다. 가축이나 동물의 미생물 질병뿐만 아니라 식물의 미생물 유래 질병도 우리 생활에 크게 영향을 주지만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들에 대해서는 작은 소식에도 깜짝 놀라게 된다. 요즘 미생물 관련 질병 뉴스 중 가장 눈에 띠는 것은 매독에 관한 것이다. 젊은 세대에게는 생소한 이름이겠으나, 몇 백년간 전 세계가 고통을 받은 세균병인데 사라진 줄 알았더니 아직도 건재한 모양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 전에 한 이탈리아 시인이 ‘시필리스 또는 프랑스병’이란 제목의 라틴어 시를 발표하였다. 이 시에 시필리스라는 양치기 소년이 등장하는데, 그의 이름이 매독을 뜻하는 영어가 되었다고 한다. 매독이 어디서부터 유래 했는지에 대한 이견이 많지만,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난 뒤 유럽으로 전파되었다는 설명이 유력하다, 유럽에서 신대륙을  핑계로 댄다는 비난이 생길만하다. 유럽에서도 각 나라마다 병의 근원을 남의 책임으로 미는 듯한 ‘프랑스병’, ‘독일병’, ‘이탈리아병’, ‘스페인병’등 아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15세기 말부터 전 유럽에 퍼지기 시작한 이 질병은 아주 오랫동안 (4백년을 넘는 세월동안) 인류에게 고통을 주었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우리가 흔히 위인이라 부르는) 아주 유명한 정치가, 소설가, 음악가들도 매독으로 인해 고통을 받았다. 별 효험은 없었을 지라도 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시도되었다. 두 가지 예를 들어보자. 첫째, 환부에 수은증기를 쐬거나 수은연고를 바르게 하였다. 이 방법은 수은으로 균을 죽이기는 하였겠으나 대신 수은 중독에 걸려 더 비참해지거나 사망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수은의 위험성을 아직 인지하지 못 하였을 때의 일이다. 둘째, 매독을 치료하기 위해 일부러 말라리아에 걸리기도 하였다. 말라리아에 걸리면 온몸에 열이 올라 열에 약한 매독균을 죽이고, 그런 다음 말라리아를 치료하는 방법을 썼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말라리아의 치사율도 매우 높아서 목숨을 담보로 한 싸움이지만 그다지 좋은 결과를 얻진 못하였다. 이 질병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이런 방법까지 생각해 냈을까?

독일의 학자 에를리히는 수면병 치료제를 찾기 위해 비소화합물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는 900개가 넘는 비소화합물을 가지고 일일이 쥐를 대상으로 실험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606번째 비소화합물이 수면병에는 별 효과가 없었으나, 매독균을 죽이는 것을 관찰하게 된다. 드디어 1909년에 인류 최초의 화학요법제인 ‘살바르산 606’이 탄생하였으며,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게 되었다. 비록 부작용이 있었으나 이 때문에 독일은 제약생산의 선도국가가 되었다. 페니실린이 발견되기 훨씬 전의 일이다.

최근 들어 미국에서 매독에 걸린 채 태어난 신생아 수가 급증하였다는 소식과 함께 일본에서도 올해 매독환자가 1만 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이 병에서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에서도 내년부터 현재 4급 법정전염병인 매독을 3급으로 상향한다고 한다. 그에 앞서 우리 모두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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