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의 공룡과 백악기 생태 이야기 ⑩ 에필로그

사천 백악기 공룡시대 퇴적물에 담긴 풍부한 화석
자연유산 보전에 무엇보다 중요한 전문가의 역할
‘제도 미흡’ 극복하고 ‘가치 인정·보전 방안’ 찾아야

화석을 포함한 지질 자연유산은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사천 남일대해수욕장 코끼리바위 모습.
화석을 포함한 지질 자연유산은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사천 남일대해수욕장 코끼리바위 모습.

[뉴스사천=김경수 진주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교수] 화석은 지질시대에 살았던 생물의 유해나 흔적을 말한다. 그 자체로 매우 다양하고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아주 오래전 지질시대에 살았던 생물의 존재를 알게 하며, 과거의 환경과 생태에 대한 정보도 담겨 있다. 생물의 외형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보여주는 생명의 진화와 동물 행동 진화에 대한 직접적 증거이기도 하다.

화석과 함께 다양한 퇴적구조와 지형 등은 자연유산으로서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1972년 유네스코에서 채택된 세계유산협약에 따르면, ‘자연유산’이란 ‘무기적 또는 생물학적 생성물들로부터 이룩된 자연의 기념물로서 관상상 또는 과학상 현저한 보편적 가치를 갖는 것’이며, ‘지질학적 및 지문학적 생성물과 이와 함께 위협에 처해 있는 동물 및 생물의 종의 생식지 및 자생지로서 특히 특정 구역에서 과학상, 보존상 나아가서 자연의 미관상 현저한 보편적 가치를 갖는 것’이고, ‘과학, 보존, 자연미의 시각에서 볼 때 뛰어난 보편적 가치를 주는 정확히 드러난 자연지역이나 자연 유적지’를 말한다.

사천에는 과거 중생대 백악기 공룡시대 퇴적물로 형성된 암석이 넓게 분포한다. 이 암석들 속에는 공룡시대 다양한 화석들이 풍부하게 묻혀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서포면 자혜리에서 발견된 두 발로 걷는 원시악어 발자국, 신수도와 아두섬 공룡알 화석, 가장 오래된 물갈퀴 새 발자국, 랩터 공룡 발자국, 선전리 막대기형 스트로마톨라이트, 다양한 곤충과 거미 화석, 백악기 화산 폭발 흔적 등은 과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사천시 서포면 자혜리 일원에서 나온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
사천시 서포면 자혜리 일원에서 나온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

중요한 자연유산이 제대로 보전되기 위해서는 학술적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가치가 제대로 인정되어야 하며, 적절한 보전 결정과 보전에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화석과 화석산지 보전을 위한 행정적 제도는 문화재보호법, 자연공원법, 환경영향평가법과 관계 법령에 규정되어 있는데, 화석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유산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어 자연유산의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다. 자연공원법은 지질공원의 인증과 활용의 측면이 강조되어 있다. 환경영향평가법 또한 개발 행위에 있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제도가 미흡하더라도, 제도 운영에 참여하는 전문가가 가진 해당 분야의 지식, 제도에 대한 이해, 중립적 판단 능력, 지속 가능한 미래 지향적 사고의 유무 등에 따라서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화석의 연구 대상은 아주 넓고 다양하다. 한 사람의 연구자가 모든 화석의 학술적 중요성을 판단할 수 없다. 그런데도 한두 사람의 판단으로 보전 여부를 결정하는 게 현실이다. 사천 자혜리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산지와 진주 집현 개구리 발자국 화석산지의 파괴, 진주 정촌면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 보전 논란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심지어는 발자국 화석 전문가가 아닌 퇴적 연구자, 구조지질 연구자, 척추동물 화석 연구자, 미화석 연구자들의 미숙한 판단으로 중요한 화석산지들이 파괴되었다. 화석산지 보전 결정에는 해당 화석 전문가의 학술적 의견이 중요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화석과 화석산지는 보전 이후에 관광 자원 및 교육 자원으로서 활용도가 매우 높다. 화석과 화석산지를 적극 활용하기 위한 제도로는 환경부의 국가지질공원이라는 제도가 있다. 지질공원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지질유산을 활용한 지역 경제 활성화이다. 현재는 전국적으로 15개 지역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아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사천의 화석산지와 지질자원은 국가지질공원으로서의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 잘 보전하고 적절한 활용 계획을 통해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자산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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