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나폴레옹

나폴레옹 영화 포스터.
나폴레옹 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나폴레옹>의 장르는 전쟁/드라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상위의 ‘리들리 스콧’이란 장르다. 그의 영화적 화법이 취향이며 거장이 해석한 나폴레옹이 궁금했다면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옳다. 그러나 스펙터클한 전쟁서사로 충만한 역사 드라마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역사극의 외피를 두른 로맨스물이니 말이다.

<나폴레옹>의 중심 서사는 전쟁이 아니라 누구나 잘 아는 그 나폴레옹의 인간적인 면모다. 약간의 가십을 섞은 조세핀과의 로맨스가 주를 이루며 전쟁영웅과는 거리가 먼 나약한 면모까지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해 재현하고 있다. 따라서 역사적 인물인 나폴레옹의 전과나 업적 과오가 자세히 알고 싶다면 역사서나 평전을 읽는 편이 낫다. 그럼에도 스크린으로 재현한 전쟁씬은 역시 리들리 스콧이다!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며 몰입감이 생생하다.

역사적 인물을 영화로 재현한다는 것은 때때로 논란이 되기도 한다. 인물에 대한 연출자의 평가가 반영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의 거장 감독 리들리 스콧이 선보인 <나폴레옹>은 당연히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세상을 정복한 영웅, 아무것도 갖지 못한 황제’라는 헤드카피는 그럴싸한데, 정작 그려낸 것은 전쟁영웅의 풍모도 황제의 고뇌도 아니니 말이다. 인간적인 면모라고 포장한다는 게 찌질 궁상이오, 젊은 청춘을 죽음으로 내몬 살인자로 비친다. 

유럽 근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프랑스 대혁명의 의미가 나폴레옹의 등장으로 퇴색된 면이 있으니 인물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프랑스 역사의 핵심 인물을 영국을 대표하는 감독이 그렇게 그려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라. ‘이순신 장군’ 영화를 일본에서 제작하면서 업적과 주요 서사는 뒷전이고 사랑 타령만 하는 모지리로 그렸다면 어떤 기분이겠는가. 나폴레옹과 이순신 장군이 옳은 비교는 아니나 기분 나빠하는 프랑스의 반응에 충분히 공감되는 바다. 못난 자식 까더라도 내가 까야 속 시원한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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