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첼, 고교졸업 증명에 5개월 걸려.. “시험합격보다 더 기뻐”

로첼A 마나다(오른쪽) 씨가 합격 5개월 만에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받았다. 삼천포서울병원 이승연 원장과 함께 자격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첼 결혼이주여성
결혼이주여성으로서 간호조무사 시험에 당당히 합격하고도 고국 필리핀에서의 고교졸업 학력 인증이 안 돼 5개월 넘게 정식 조무사로 인정받지 못하던 로첼A 마나다(34) 씨가 30일 눈물의 자격증을 거머쥐었다.

이날 오후 2시, 로첼 씨가 간호조무사 공부를 했던 삼천포서울간호학원에서는 조촐한 자격증 수여식이 열렸다. 어렵고 힘들게 공부했고, 또 더 어렵고 힘들게 학력 인증을 받아 자격증을 받기에 많은 이들이 축하해주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는 그동안 이주여성들의 권익과 한국사회적응을 위해 애써 온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 이정기 센터장과 로첼 씨의 간호조무사 공부를 지원하고 취업까지 도운 삼천포서울병원 이승연 원장, 그리고 동료 간호조무사과정 학원생 등이 참석했다.

로첼 씨는 11년 전 한국인 남편에게 시집와 사천에서 보금자리를 튼 두 아이의 엄마다. 그녀가 간호조무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도전에 나선 것은 지난해부터다. 그녀의 노력과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와 삼천포서울병원의 도움이 더해져 간호조무사양성과정은 무사히 마쳤다.

문제는 10월에 있었던 간호조무사 자격시험을 앞두고 생겼다. 고교과정 졸업까지 우리나라가 12년제인데 비해 필리핀은 10년제여서, 고교졸업 이상자에게 주어지는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이 로첼 씨에게도 주어지느냐 하는 것이 문제였다.

시험 주관 기관인 경남도와 관련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교과부 등에서 이야기가 오간 끝에 응시자격을 주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녀는 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로첼 씨는 애태웠던 지난 시간이 떠올랐는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로첼 결혼이주여성
하지만 이번에는 고교졸업 인증이라는 난제가 남아 있었다. 모든 것이 처음 있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보니 절차나 방식을 제대로 설명하는 곳이 없었다. 결국 필리핀에 있는 가족들이 해당 학교에서 졸업증명서를 발급받아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에 제출하고, 대사관은 확인작업을 거쳐 외교통상부로, 여기서 다시 경남도로 이어지는 긴 여정을 거쳤다.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은 5개월이 넘었다. 로첼 씨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받는 이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느라 소감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그녀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시험 합격했을 때보다 더 기뻐요. 그 동안 용기와 희망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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