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화력 15년이상 장기근속자 다른 곳으로 대거 이동

한국남동발전(주)이 15년 이상 장기근속자 관외 이동이란 인사계획을 세우고 있어 대상자들이 심란해 하고 있다. 노조에서는 구조조정에 노조 길들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삼천포화력본부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동발전(주)이 장기근속자들을 대상으로 강제 순환근무 계획을 밝히자 해당 근무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발전노조 삼천포화력지부는 “노조 길들이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남동발전 삼천포화력본부에서 15년 넘게 근무한 A씨는 요즘 한숨이 잦다. 인사에 따라 곧 인천시에 있는 영흥화력본부로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이동이라 마음의 준비도 안 됐지만 무엇보다 가족을 두고 떠나야 해서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한다.

아내와 3명의 자녀가 있음에도 A씨가 굳이 홀로 떠나는 이유는 자녀 육아와 교육 때문이다. 자녀들이 삼천포에서 나고 자라면서 정든 탓도 크고, 영흥의 교육여건 등을 고려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노조에 따르면 A씨와 같은 사람이 50명 쯤 된다. 한 결 같이 삼천포화력본부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A씨처럼 가족을 남겨두고 떠날 생각이란다. 역시 자녀들의 교육문제 또는 부모 봉양문제 등이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가족들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사택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 새 집을 구하는 등 번거로움이 많지만 20년 가까이 살던 곳에서 낯선 곳으로 떠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삼천포화력노조 박갑정 지부장 삼천포화력본부 한국남동발전 박갑정
이들이 갈 곳은 남동발전 소속 사업소가 있는 곳으로, 영흥(인천), 영동(강릉), 무주(전북), 예천(경북), 여수(전남), 분당(경기) 등 하나 같이 멀다.

이들이 굳이 이 먼 곳으로 옮겨가는 것은 다름 아닌 인사 때문이다. 한국남동발전은 △관외 이동 활성화로 조직 활력을 높이고 △다양한 직무경험을 통해 구성원 역량을 높이고 △직원 고충 해소로 사기를 높이겠다는 이유를 들어, 오는 5일자로 관외 인사이동 계획을 세웠다.

한 사업소에 15년 넘게 머물러 있는 직원들을 순환시킴으로써 앞에 언급한 여러 가지 효과를 기대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노조에서는 “유례가 없는 강제 이동”이며 “노조 길들이기”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는 삼천포화력뿐 아니라 남동발전 소속 사업장마다 노조가 새 집행부를 꾸리고 있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지난 3월17일 조합원 투표로 새롭게 취임한 삼천포화력노조 박갑정 지부장은 “우리도 순환근무를 완전히 반대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 시기와 인원, 방법 면에서 노조와 상의 정도는 하는 것이 보통이다”며 반발했다.

예전 인사, 특히 사업소를 옮기는 경우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준 반면 이번에는 ‘15년 이상 근무자 필수 이동’이란 원칙을 세워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11일, 호남권 발전노동자들이 삼천포화력본부 정문 앞에서 야간문화제를 열고 있다. 삼천포화력본부 한국남동발전

“물론 순환근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하는 건 아니죠. 한전에서 여러 회사로 쪼개진 뒤 옮겨 다닐 곳도 별로 없고 해서 사실상 순환근무란 개념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뚱맞게 들고 나온 것은 분명히 다른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삼천포화력을 떠나야 하는 또 다른 직원의 말이었다.

그의 말처럼 노조는 이번 ‘15년 이상 장기근무자 순환근무’를 ‘구조조정의 한 방편’으로도 풀이한다. 공기업선진화란 이름으로 정원 236명을 줄인 상황이라, 어떤 방식으로든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이번 관외 이동으로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이가 있다고 한다. 또 50명 정도의 인력이 빠져나간 뒤 과연 몇 명이나 다시 채워질 것인가를 두고도 노조는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보충 인력을 줄임으로써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노조의 주장과 의심에 비해 사측 입장은 확인되지 않았다. 인사 책임부서인 삼천포화력본부 총무팀은 2일 온종일 연결되지 않았다.

지금으로선 주말을 지나고 나면 상당수의 삼천포화력 근무자들이 다른 곳으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인사발표가 며칠 더 늦춰질 것”이란 예상도 있지만, 노조에서도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어서 ‘15년 이상 장기근무자의 대거 이동’이란 큰 흐름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발전노조원들은 정부와 사측의 구조조정에 반발하고 있다. 삼천포화력본부 한국남동발전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